희비가 엇갈릴 시간이다. '27인 개막 엔트리' 발표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지난 20일 2019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막을 내렸다.각 팀 코칭스태프는 대부분 21일까지 회의를 거쳐 개막 엔트리를 구성할 예정이다.
KIA는 투수진 운용에 대한 구상을 마쳤다. 특히 선발 보직을 맡을 주인공들이 정해졌다. '에이스' 양현종이 23일 LG와의 개막전에 선발등판하고, '파이어볼러' 제이콥 터너와 '기교파' 조 윌랜드가 잇따라 출격할 예정이다. 무한경쟁이 펼쳐졌던 4~5선발은 '신데렐라' 임기영과 '괴물루키' 김기훈으로 낙점됐다.
아직 시즌 뚜껑을 열지 않았다. 그래도 '유비무환'이다. 대비책은 항상 세워둬야 한다. 대비가 된 팀은 위기가 찾아왔을 때 빨리 탈출할 수 있다. 1~3선발이 무너지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겠지만 KIA는 일단 4~5선발 부진에 대한 대비는 해놓은 상태다. 임기영과 김기훈에게 이상신호가 켜졌을 때 황인준과 홍건희를 투입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강상수 KIA 투수 총괄 코치는 "황인준은 롱 릴리프로 활용하다 4~5선발에 문제가 생기면 대체할 수 있는 1순위다. 홍건희는 시즌 초반 2군에서 칼을 갈다 1군으로 올라와야 하는 자원"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역시 선발 안정이다. 임기영은 마지막 시범경기에 출전,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20일 키움전에서 예정된 3이닝만 던졌는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구속 138㎞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빠른 공에 대한 확신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볼 끝이 좋은 포심 패스트볼이 통하자 변화무쌍한 변화구도 살아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임기영이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것도 또 다른 소득이다.
김기훈은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양현종 이후 12년 만에 고졸신인이 선발진에 포함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보인다. 우선 볼넷을 줄여야 한다. 김기훈은 지난 19일 키움과 시범경기에 첫 선발등판, 4이닝 동안 솔로홈런 1개를 포함해 3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제구 난조로 볼넷을 5개나 허용하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이 모습은 스프링캠프에서도 지적됐던 부분이었다. 다만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다.
모든 것이 새로운 김기훈에게 9개 구장에 대한 빠른 적응도 숙제다. 김기태 KIA 감독은 "나도 1992년 한-일 프로야구 슈퍼게임 당시 도쿄돔에서 경기를 했는데 2m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더라. 기훈이도 그러했을 것이다. 특히 돔구장은 처음이라 적응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구장에서 대회를 하는 고교 때와는 다르다. 안방을 제외하고 나머지 9개 구장의 특성에 적응해야 한다. 부산에선 관중들의 '마'에 놀랄 수도 있다. 또 다른 관중소리도 견뎌내야 한다. 대투수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언제든지 빈 자리가 생기면 백업선수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프로의 냉혹한 생리다. 다만 기존 자원이 빈 자리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강팀의 기본조건이다. 임기영과 김기훈의 활약 여부는 KIA가 '투수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열쇠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