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공인구 규격을 바꾸기로 한 목적은 최근 극에 치달은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키자는 것이다. 과도한 타격전은 경기를 지연시키고,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크게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5년 연속 3시간 20분대였던 평균 경기시간이 지난해 3시간 18분으로 줄기는 했지만, 이는 KBO가 필사적으로 도입한 스피드업 규정 덕분이지 타고투저 자체는 여전했다.
새 공인구의 특징은 낮아진 반발계수다. 기존 0.4134~0.4374였던 범위를 0.4034~4234로 낮춰 단일 공인구 제조업체인 스카이라인에 주문했다. 그런데 이번에 KBO가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스포츠용품 시험소에 의뢰해 실시한 1차 조사 결과 공인구 반발계수가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BO는 "검사 결과 3세트 중 2세트가 최대 허용치인 0.4234를 넘어 각각 0.4261, 0.4248로 나왔다"며 "지난해 마지막 조사 때보다는 낮았지만, 새 기준을 벗어나 업체에 책임을 물어 1000만원의 제재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인구 마지막 검사에서는 평균 반발계수가 0.4286이었다. 이번에 조사한 반발계수 평균은 0.4247로 나타났다. 0.0039가 줄었지만, 새 기준의 중간치인 0.4134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시범경기에서 이같은 공인구를 사용한 결과 투타 성적은 어떻게 나왔을까. 28경기를 치른 17일 현재 전체 타율은 2할5푼8리, 평균자책점은 3.98이다. 30경기를 치른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이 수치는 각각 2할6푼9리, 4.60이었다. 타율은 1푼1리, 평균자책점은 0.62가 감소했다. 시범경기 경기 당 홈런수도 지난해 2.03개에서 올해 1.25개로 38.4% 줄었다.
이를 낮아진 반발계수의 유의미한 결과로 받아들이기에는 샘플 크기가 작다. 또한 미세한 반발계수 감소분과 이번 시범경기 투타 수치를 연관시키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공인구의 변화로 타고투저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KBO의 기대 방향은 옳다고 봐도 무방하나, 반발계수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공인구를 사용해 나온 시범경기 투타 기록을 온전한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타고투저의 근본적 원인을 투수들의 전체적인 실력에서 찾아야 한다는 기존 주장에 다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투수와 타자들의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치르는 시범경기에서 타고투저 완화를 언급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시범경기에서는 보통 타자들의 타격감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19일 KT 위즈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새 공인구에 대해 "타구가 좀 덜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아직은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에 제재를 받은 스카이라인이 기준치를 만족시키는 공인구를 내놓은 이후 타고투저가 완화되는 지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어쨌든 공인구 반발계수보다는 투수들의 실력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