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빅뱅 출신 승리가 연예계 은퇴 후 피의자 신분으로 첫 경찰 조사에 나섰다.
승리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검은 수트를 차려입고 취재진 앞에 선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지난 달 경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을 때 보였던 자신만만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승리는 "국민여러분과 저로 인해 상처받고 피해받으신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 어떤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진실된 답변으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며 두 번 허리 숙여 사과를 전했다. 이후 변호인단과 함께 조사실로 향했다.
승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승리는 지난달 자신이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버닝썬과 관련해 폭행 성범죄 마약유통 경찰유착 탈세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자신도 성접대 의혹에 휘말리자 2월 27일 경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에는 경찰도 성접대 의혹 관련 내사에 착수했던 단계라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 경찰은 승리가 2015년 배우 박한별의 남편이자 유리홀딩스 공동 대표인 유씨 등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성접대를 준비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메시지를 입수했다. 또 승리가 성접대 장소로 이용했다는 강남 클럽 아레나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입증할 단서와 증거를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10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승리를 피내사자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정식 입건하고 출국금지명령을 내렸다.
상황이 악화되자 승리는 11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안이 너무 커 연예계 은퇴를 결심했다. 수사중인 사안에 있어서는 성실하게 조사 받아 쌓인 의혹을 모두 밝히겠다. 한달 반 동안 국민 역적으로 몰리는 사황인데 나 하나 살자고 주변에 피해주는 일은 스스로 용납이 안된다. 지난 10여 년간 많은 사랑 베풀어 준 팬분들께 감사하다"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또한 13일 "승리가 참여했다는 클럽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갖가지 의혹과 논란으로 심려끼쳐 드린 점 사과 드린다. 승리의 은퇴 발표 이후 승리의 요청을 수용해 전속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아티스트를 좀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한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전속계약 해지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승리를 향한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찰유착 의혹이다. 문제의 단체대화방에서 가수 정준영이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고, FT아일랜드 최종훈은 경찰의 힘을 빌려 2016년 발생한 음주운전 사건을 무마했다는 등의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 유착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클럽 버닝썬을 향한 의혹도 꺼지지 않고 있다. 승리는 2월 27일 첫 경찰 조사에서 받은 마약 검사에서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버닝썬과 관련해서는 승리가 우호 지분을 50%나 확보하고 있고, 정관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클럽 설립에 깊숙하게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서울경찰청 소속 차장을 책임자로 광역수사대, 성폭력 수사팀, 사이버 범죄 수사팀 등 관련 부서 합동수사체제를 확립해 126명의 수사 요원을 투입했다. 아레나와 버닝썬에 대한 마약유통 성접대 불법 동영상 촬영 유포 등의 혐의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승리는 이번 경찰 조사에서 '피내사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성접대 및 버닝썬 관련 의혹 일체, 그리고 경찰 유착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경찰은 승리가 25일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승리에 앞서 경찰은 오전 10시 승리의 단체 대화방에 있었던 정준영을 불러 몰카 의혹과 경찰 유착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정준영으로부터 모발과 소변을 임의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정밀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정준영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검토 중이다. 또 경찰은 오후 3시 유씨도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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