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점이 고민스러운 부분이네요."
승리의 기쁨 속에 또 다른 걱정이 숨어있다. 정규리그 3위 확정을 노리는 창원 LG 현주엽 감독이 경쟁상대를 꺾었음에도 마음 편하게 웃지 못했다. 아직까지 대안을 찾지 못한 팀 수비 시스템의 문제점 때문이다.
LG는 지난 13일 홈구장인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부산 KT와의 경기에서 막판 집중력을 유지한 끝에 90대83으로 승리했다. 대단히 의미가 큰 승리였다. 이 경기 전까지 LG는 공동 4위 그룹인 KT, KCC에 겨우 1경기차로 앞선 상태였다. 만약 이날 KT에 졌다면 승차가 바로 지워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KCC 역시 이날 홈에서 약체 삼성과 경기를 치러 승리했다. 때문에 LG의 입장에서는 KT전이 '절대 질 수 없는 경기'였던 것이다.
그런 경기를 끝내 승리로 마감했으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기쁨은 오죽 컸을까. 그런데 막상 경기가 끝난 뒤 LG 선수단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승자의 기쁨을 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관한 걱정을 끊지 못한 것이다. 그 문제점은 바로 3쿼터에 나타난 수비 시스템의 허점이었다.
이날 LG는 전반을 크게 앞섰다. 초반 부터 전면 압박과 맨투맨 수비를 가동하며 KT 가드진을 혼란에 빠트렸다. LG의 거센 수비 압박에 당황한 KT 가드진은 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턴오버를 남발했다. 덕분에 LG는 전반 한때 20점차로 앞서가며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거머쥐었다.
그런데 3쿼터에 양상이 바뀌었다. 우선 LG가 수비 시스템을 변경했다. 맨투맨이 아닌 존 디펜스를 가동했다. 그러자 전반에 한껏 위축됐던 KT의 공격력이 오히려 살아났다. 조상열과 양홍석, 덴트몬 등이 연이어 3점포를 터트렸다. 전반을 52-34, 18점차로 앞섰던 LG는 순식간에 턱밑까지 따라잡혔다. KT가 3쿼터에만 무려 34점을 넣으며 LG와의 격차를 단 2점으로 좁혔기 때문이다. LG의 대위기였다.
3쿼터에 크게 휘청였던 LG는 그나마 4쿼터에서는 다시 공수 주도권을 되찾으며 끝내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3쿼터의 악몽은 쉽게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또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LG는 존 디펜스를 일정 시간 이상 가동해야 한다. 팀의 핵심 선수인 제임스 메이스와 김종규의 체력 소모를 줄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상 이후 훈련량이 부족한 메이스를 4쿼터에도 활용하려면 반드시 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LG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스피드와 존 디펜스에 대한 완성도가 떨어진다. 평범한 팀이라면 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곽슛 능력이 좋은 팀을 만나면 큰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바로 13일 KT전이 좋은 본보기였다. LG 현주엽 감독도 이 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현 감독은 "훈련량이 부족한 메이스가 계속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마크하려고 뛰어다니면 나중에 지쳐버린다. 그래서 3쿼터에 위험을 무릅쓰고 지역방어를 가동했다. 어느 정도 데미지를 허용하더라도 완전히 뒤집히지만 않는다면 4쿼터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데미지를 계속 감수할 수도 없다.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보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