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킥을 한 뒤 안토니 로페스(28·올랭피크리옹)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는 뛸 수 없다는 걸 감지한 듯했다. 결국 터덜터덜 느린 걸음으로 벤치로 향하던 로페스 눈에선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14일 새벽(한국시간) 캄누에서 벌어진 FC 바르셀로나와의 2018-2019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로페스는 리옹이 0-2로 끌려가던 전반 22분께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메이커 필리페 쿠티뉴와 정면충돌했다. 박스 안 볼 경합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잠시 정신을 잃었다. 거의 모든 리옹 선수들이 로페스 주변에 모일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2013-2014시즌부터 리옹 골문을 지킨 키맨이고, 이날도 전반 초반 두 차례 선방을 한 로페스였다. 부상이 미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 판단에 따라 벤치에선 교체를 준비했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로페스는 손으로 머리를 만지면서도 의료진의 이야기에 고개를 저었다. 계속 뛰겠다며 완강히 버텼다. 백업 마티유 고르겔린은 지시를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으려다 로페스의 제스처를 보고 다시 벤치로 돌아갔다.
하지만 전반 33분 골킥을 한 로페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현재 상태로는 더 이상 골문을 지킬 수 없겠다고 스스로 판단한 모양. 결국 교체지시를 받아들였다. 동료들의 위로, 원정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인지 로페스는 눈물을 보였다.
로페스가 물러간 뒤 리옹은 3골을 더 실점하며 결국 1대5로 대패했다. 1차전 홈 경기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둔 리옹은 캄누에서 기적을 연출하지 못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