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수진(42) 감독이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다룬 영화다"고 말했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좇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 리공동체영화사 제작). 장편 데뷔작 '한공주'(14)에 이어 5년 만에 신작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이수진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우상'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우상'은 지난 2014년 개봉한 독립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데뷔, 정교한 심리 묘사와 과감한, 그리고 섬세하고 집요한 연출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극찬을 받고 마라케시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제35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등 국내외 영화계를 휩쓸며 단번에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수진 감독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우상'은 충무로의 연기 신(神)이라 손꼽히는 한석규와 설경구, 그리고 '한공주'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가 가세해 황금 캐스팅을 완성, 3월 기대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우상을 좇는 사람과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 우상이라는 것조차 갖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우상'. 세상을 바라보는 집요하고 날카로운 이수진 감독의 시선은 '한공주'에 이어 '우상'에도 관통, 전작보다 더 묵직하고 짙은 메시지로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이날 이수진 감독은 "'우상'에 담긴 사건을 언급하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2000년도 시작할 때부터 '우상'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 시나리오를 투자사에 넣고 배우들에게 돌리기 시작할 때가 2010년도 쯤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것부터 투자를 받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그 사이에 벌어진 많은 사건, 사고들을 투영한 작품이다. 성인이 되면서 학창시절 느꼈던 부분도 작게나마 포함됐다. 콕 집어서 어떤 사건이라고 말하기엔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급에서 오는 부분도 있고 우리가 가진 사회문제가 두드러진 요소들이 군데군데 깔려있다. 따지고 보면 너무 많은 사건들이 담긴 영화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문제들 속에서 인간에 어떻게 변하고 변모되고 있는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처음 '한공주' 하기 전의 이야기는 세 인물이 똑같이 나오긴 하는데 비중이 사실 유중식 위주였다. 그때는 쉬운 영화였고 단순한 이야기다. 억울한 일을 당한 아버지가 사연을 파헤치는 부분이다. 시작이나 끝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다. 그 이후의 시나리오를 쓸 때 수정한 부분은 실제로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예언가라는 소리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일비재한 사건이 아닌가 싶다. 정치인의 부패, 말 바꾸기 등,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고 불법 체류자,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 등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다. '우상'은 그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고 밝혔다.
한편,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된 '우상'은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이 가세했고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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