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옳은 방향을 설정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해도 강원FC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2경기에서 1무1패로 승점 1점. K리그1의 14개 팀 중에서 9위에 머물러 있다. 첫 승의 상대로 여겼던 상주 상무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0-2로 패하며 휘청거렸지만, 지난 10일 강팀 울산 현대와 0-0으로 비기며 소소하게나마 첫 승점을 챙겼다. 전반적으로 보면 아직 강원의 경기력은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강원을 이끌고 있는 김병수 감독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울산전 무승부 이후 "우리는 올 시즌 옳은 방향을 설정했다"고 한 김 감독의 말 속에서는 자신이 구상한 축구의 완성을 위해 선수들을 계속 이끌겠다는 우직함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언급한 '강원FC의 방향성'은 어떤 것일까. 김 감독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두 경기를 통해 짐작은 가능하다. 상대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전술을 변화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축구, 그리고 팀내 무한 경쟁을 통해 선수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발전형 축구로 이해된다.
비록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울산전에서 나타난 강원의 경기력은 확실히 지난 상주와의 개막전보다 향상돼 있었다. 이날 강원은 볼 점유율에서 57%로 울산에 크게 앞섰다. 상주전 때는 이 수치가 52%:48%였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강원 선수들이 점점 더 김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하고 있다는 뜻. 김 감독은 지난 2월 26일 열렸던 K리그1 미디어데이 때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에 대해 "볼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빠른 패싱 축구"라고 언급한 바 있다.
패스가 잘 이뤄지면서 볼 점유율이 높아지자 상주전에 풀리지 않았던 공격도 활발해졌다. 상주전 때 강원은 제리치-정조국의 투톱을 내세웠지만, 슈팅은 불과 5번에 그쳤다. 유효 슈팅도 3차례에 불과했고, 코너킥은 5회였다. 그러나 울산전에서는 슈팅 횟수가 15회로 크게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공격 라인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이런 변화의 또 다른 배경으로 '팀내 무한경쟁을 통한 다양한 전술 가동'을 들 수 있다. 강원은 울산전에 4-3-3 포진을 가동했다. 지난 상주전 때에 비해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공격진이었다. 제리치-정조국을 모두 빼고 정석화-김현욱-김지현의 젊은 스리톱 라인을 들고 나왔다. 이름 값이 아닌 해당 경기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김 감독의 선수 선발 기준이었다.
김 감독은 "제리치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기용하지 않은 게 아니다. 게임 플랜에 가장 적합한 선수를 택했을 뿐이다. 울산이 강팀이라 앞에서 많이 뛰어줄 수 있는 선수를 투입했다"면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쟁해야 한다"고 이날 울산전 선수 기용의 배경을 설명했다.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긴 해도 아직 강원을 강팀이라 부를 순 없다. 여전히 수비적인 면에서 불안요소가 남아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의 결실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 기대감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