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지난 9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큰 부상없이 캠프를 마무리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했다. 1군 엔트리 27명 기준으로 주력 선수들 가운데 부상 때문에 조기 귀국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전훈 캠프에서 육체적 '무상(無傷)'만큼 희소식은 없다. 1년전 LG 지휘봉을 잡고 처음 치른 전훈을 마쳤을 때보다 성취감은 조금 더 높아 보인다.
류 감독은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전력 구성과 관련해 두 가지를 목표로 뒀다. 3루수와 5선발을 정하는 일이다. 두 가지 모두 어느 정도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재율 장시윤 양종민 등 내부자원으로 정하려 했던 3루수 주인은 김민성의 영입으로 단번에 해결됐고, 5선발 후보는 배재준 김대현 정우영으로 압축했다.
여기에 타순도 완성 단계다. 이형정과 정주현이 테이블세터이고, 김현수와 새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 그리고 채은성으로 중심타선을 꾸리기로 했다. 박용택 김민성 유강남 오지환이 하위타선에 포진한다. 마무리는 그대로 정찬헌이고 대안으로 신인 이정용을 준비시킬 계획이다. 새 멤버인 김민성은 시범경기 초부터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셉은 전훈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적응 과정으로 보고 시범경기에서 컨디션을 관찰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것은 신인 선수들이 전훈 연습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LG는 이례적으로 신인 투수 2명을 이번 전지훈련 명단에 올렸다. 1차지명 대졸 이정용과 2차 2라운드 지명 고졸 정우영이다. 이정용은 마무리 후보, 정우영은 선발 후보로 각각 언급됐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투구 내용을 보고 최종 결정하겠지만, 정우영은 선발, 이정용은 마무리로 활용 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특히 류 감독은 야수중 이형종, 투수중 정우영을 각각 전훈 MVP로 꼽기도 했다.
전훈 연습경기에서 이정용은 최고 148㎞ 직구를 뿌리며 3경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사이드암스로 정우영 역시 143㎞짜리 직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2경기에서 3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전훈 연습경기를 가지고 '즉시 전력감' 운운하는 것은 무리지만, 이들이 프로 타자들을 상대로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는 자체가 희망을 갖게 한다.
류 감독이 두 신인 투수에게 주목하는 것은 마운드에서 부족한 부분을 당장 채워줄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용은 동아대 4학년이던 이정용은 최고 153㎞짜리 직구를 뿌리며 프로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LG가 그를 1차지명서 뽑은 것은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불펜 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마무리 투수는 무조건 공이 빠르고, 삼진을 잡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습경기서 드러난 이정용의 자질이 마무리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정우영은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일단 선발 후보로 꼽히지만, 탈락한다 하더라도 롱릴리프로 1군 엔트리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전훈캠프에서 정우영에게 "자신감 있게 던져라", "무안타 무실점 이어가보자"와 같은 응원을 하며 힘을 북돋워줬다.
두 선수에게 쏠리는 기대감이 예사롭지 않다. 12일 시작되는 시범경기에서 이정용과 정우영이 신인 파워를 뽐내며 주전 보직을 받아들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