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미투 파문'으로 작품 활동을 중단한 배우 최일화가 27일 개봉하는 영화 '어쩌다 결혼'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투 파문'으로 작품 활동을 멈춘 배우의 첫 작품 공개인 셈이다.
영화 '어쩌다 결혼'(박호찬·박수진 감독, BA엔터테인먼트 제작)이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영화를 공개했다. '어쩌다 결혼'은 결혼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하지만 밝고 경쾌한 영화의 분위기와 달리 '미투 운동'을 통해 성희롱의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최일화의 출연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모양새다.
최일화는 극중 사랑하는 남자주인공 정성석의 고집세고 완강한 아버지로 분해 적지 않은 분량에 출연한다. '어쩌다 결혼' 측은 최일화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지만, 영화에서 완전히 배제 시키진 못한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일화의 분량은 모두 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주요 장면일 뿐만 아니라 삭제될 경우 이야기에 흐름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 때문. 특히 최일화는 후반부 모든 등장인물이 총출동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에도 등장, 해당 장면이 편집된다면 영화의 완성 자체가 불가능했다.앞서 '신과함께'(김용화 감독)는 오달수의 미투 파문으로 인해 그의 역할을 대신한 조한철을 새로 캐스팅 해 해당 분량을 전면 재촬영했다. 하지만 '어쩌다 결혼'은 '신과함께' 같은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편과 2편이 동시에 제작된 '신과함께'는 무려 35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초대형 블록버스터. 반면 '어쩌다 결혼'은 순제작비 4억원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다. 제작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해 다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어쩌다 결혼'은 저예산 및 다양성 영화 육성을 목적으로 기획됐으며, 충무로의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연출을 맡은 박호산, 박수진 감독 역시 신인 연출자일 뿐만 아니라 물론 여러 신인 배우들이 등장한다. 빠듯한 예산 속에서도 영화의 깊은 뜻에 공감한 베테랑 상업 영화 스태프들과 이정재, 정우성, 염정아, 김의성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재능 기부 형태로 영화를 도와 가까스로 완성된 영화다.
'어쩌다 결혼' 측 역시 "본 영화는 애초 2018년 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었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개봉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박수진, 박호찬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신인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소개할 기회를 잃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이어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일화씨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최일화의 출연에 대해 사죄의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영화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변함없이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을 위해 시작된 영화의 취지를 살리고 영화에 뜻을 함께하며 동참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 제작사는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최일화씨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이미 미투 사건 이전에 촬영해둔 영화를 1년이 지나 개봉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면 설자리가 없어지는 현재 충무로 영화계 속에서도 신인 감독과 배우를 살리기 위해서 온 스태프와 배우들이 힘을 모아 가까스로 완성한 저예산 영화. 신인 감독과 배우를 포함한 수백명 스태프들의 피와 땀이 녹아든 이 영화가 촬영 후 일어난 조연 배우 한 사람의 오점으로 인해 묻혀야만 할까.
빠듯한 제작비로 인해 재촬영이라는 기회도 얻지 못하고 두 번의 개봉 연기를 이후 가까스로 관객을 만나게 된 '어쩌다 결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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