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도 작년만큼 한다면 미국에서 더 좋은 오퍼가 오지 않겠나."
메이저리그를 향한 도전은 여전했다. 3시즌째 KT 위즈와 함께 하게 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솔직했다. 골든글러브 탈락과 메이저리그를 향한 마음 등에 대해 마음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냈다.
로하스는 지난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스포츠컴플렉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서서히 자신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새로 이강철 감독이 부임해 팀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고, 이 감독은 로하스를 붙박이 4번타자로 기용할 예정이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로하스였다. 2017년 대체선수로 한국에 와 83경기서 18홈런, 56타점을 올려 재계약에 성공했고 지난해엔 타율 3할5리에 43홈런(공동 2위), 114타점(7위)으로 KT 타선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KT는 로하스를 붙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로하스는 메이저리그를 향했다. KT에겐 다행스럽지만 본인에겐 아쉽게도 좋은 조건의 오퍼가 없었고, 1년 더 한국에서 뛰기로 결정했다.
로하스는 "시즌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 3주 정도 휴식을 하고 바로 몸을 만들어왔다"면서 "올해가 내 커리어에서 중요할 것으로 생각해 훈련을 많이 했다"라고 했다.
왜 올해가 중요하냐고 묻자 "작년에 미국에서 몇팀이 오퍼를 했는데 만족할만한 조건이 아니었고 KT와 계약을 했다"며 "올해 내가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거나 적어도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미국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작년 골든글러브 수상 실패가 아쉬우면서도 그것에 굳이 미련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성적이 좋다고 생각했기에 그만큼 실망하기도 했다"는 로하스는 "그러나 투표한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라고 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로하스의 탈락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투표는 그들이 하는 것이다. 결과에 대해 너무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4번타자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흘러가는대로 준비하고 싶다"라고 했다. 로하스는 "구단에서 장타력이나 타점 생산능력을 보고 나를 데려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홈런을 노리는 스윙을 하는게 아니라 좋은 타구를 생산해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4번타자에 임하는 각오를 말했다.
2년간 뛰면서 생각한 KBO리그 최고 투수를 꼽아달라는 말에 두산 베어스의 조쉬 린드블럼과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을 꼽았다. "이들에게 안타를 치기도 했지만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웠다"라는 로하스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SK 왼손투수"를 얘기했다. 김광현. 뒤늦게 얘기한 이유는 한번도 붙어보지 않았기 때문. 자신이 상대해본 투수들만 생각했다가 직접 상대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공을 뿌리던 김광현을 생각해낸 것. "김광현의 공을 한번 상대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자신에게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말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어떤 선수는 나보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인데…"라며 웃기도 했다. 특히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하고 트리플A에만 머물러 있거나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선수들이 한국행을 많이 원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온 로하스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면서 다시한번 메이저리그로 향할 준비를 한다. 한국에서의 좋은 성적이 곧 메이저리그로 가는 티켓이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