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미래' 이강인(17·발렌시아)에게 첫번째 시련이 닥쳤다.
이강인은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각) 헤타페와의 코파델레이(스페인 국왕컵) 8강전에서 교체 출전한 후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3경기 연속 결장이다. 11일 레알소시에다드전에서는 아예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불과 열흘전과는 다른 그림이다. 1군과 2군을 오가던 이강인은 지난 헤타페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후반 교체 투입 후 두 골에 결정적인 관여를 했다. 환상적인 패스로 그가 왜 발렌시아의 미래인지를 증명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 투입 후 짜릿한 역전승에 성공했다. 활약에 고무된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1군 멤버로 정식 등록했다. 유로파리그 스쿼드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역 언론도 찬사와 기대를 동시에 보냈다. 장밋빛 미래만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17세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공개적으로 "17세 선수가 꾸준히 뛰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곤살로 게데스가 복귀했다. 중앙 미드필더 조프리 콘도그비아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이강인이 설자리가 없었다. 여기에 전술 문제까지 겹쳤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4-4-2를 즐겨쓴다. 좌우에는 속도가 좋은 선수를 배치하고, 중앙에는 공수를 겸비한 유형을 내세운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주로 뛴 이강인 입장에서는 애매한 전술이다.
2군 출전이 불가능해진 이강인은 당분간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에게 많은 기대를 걸던 팬들 입장에서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슷한 상황 속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페란 토레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이강인도 대응에 나섰다. 다음 시즌 임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에 일단 이번 시즌까지는 팀에서 경쟁하며 출전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일단 상황은 썩 나쁜 편이 아니다.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1군의 수준 높은 선수들과 매일 훈련을 하는 것은 분명 성장에 도움이 된다. 발렌시아는 여전히 수준급 스쿼드를 갖고 있다. 이강인이 이전까지 몸담았던 연령별 팀, B팀과는 수준이 다르다. 2군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발렌시아의 기대도 여전하다. 이강인은 유로파리그 셀틱 원정 명단에 포함됐다. 마르셀리노 감독이 이강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꾸준히 나서기는 어렵지만, 이강인의 준비 여하에 따라, 경기 상황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출전 시간이 돌아갈 수 있다. 1군에 첫 진입한 17세의 아시아 선수에게는 결코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