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연출가 김아라가 5년 만에 또다시 비언어극으로 돌아온다.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되는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이 그 무대. 파격 연극의 대명사인 '관객모독'과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원작자인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의 1992년 작이다. 마치 영화 큐시트같이 장면과 시간 그리고 느낌만 가득한 작품으로 침묵이 때로 강력한 언어가 됨을 보여준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강렬한 실험성을 담은 작품들로 주목받아온 연출가 김아라는 일본 작가 오타 쇼고 (1939-2007) 의 침묵극 4부작 '물의 정거장' '바람의 정거장' '모래의 정거장' '흙의 정거장'을 통해 무대 위 존재가능한 모든 미학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텅 빈 광장을 주인공으로 시간과 공간, 움직임과 시선, 걷기의 세기, 느림과 찰나 등 시공간을 마치 위에서 4차원적으로 내려다보듯 연출하고 여기에 빛과 영상 음악 등의 시청각의 모든 감각적인 장치를 구사해 한편의 비언어총체극를 만들어냈다.
극이 시작되면 극장은 광장으로 변하고 새벽부터 밤까지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말없이 등장하여 260여 인간군상으로 변신하는 20여 명의 배우들,그리고 인간들의 숫자 이상으로 의상과 오브제, 음향, 또한 움직임의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이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한 노숙자의 시선으로 다룬다. 바로 그 한 사람의 시선에 비치는 현실과 비현실 혹은 꿈을 통하여 이 세상의 고독과 소외, 불통과 대립된 양상을 나열한다. 극의 결말에서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노숙자가 사실은 인간이 되고 싶으나 결정하지 못 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천사였음이 드러난다.
노숙자 역에 연기파 정동환이 나서고 노장 권성덕이 함께 무대의 중심을 잡는다. 배우와 스텝 모두가 공동제작자로 참여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