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현실을 내다 본 결정.
두산 베어스는 지난 3일 좌완 투수 권 혁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한화 이글스와의 연봉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방출을 요구했던 권 혁은 결국 팀을 떠났고, 며칠만에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두산은 권 혁과 연봉 2억원의 조건에 사인을 했다.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베테랑 투수는 권 혁 뿐만은 아니다. 지난해 연말 '100승 투수' 배영수도 한화를 떠난 후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배영수는 1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에 조기 출국해 합류했고, 권 혁도 유니폼과 기타 장비들이 준비되는대로 조만간 합류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1군 스프링캠프부터 차근차근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배영수와 권 혁이 두산과 새출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기회가 필요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다시 세우려는 한화와는 결별을 택했고,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려고 떠났다. 배영수와 권 혁 둘 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다른 팀보다 두산이 재빨리 움직였다.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 비교적 빠르게 협상이 성사됐다.
그리고 두산은 즉시전력감 보강이 필요했다. 타선에서는 양의지가 빠졌어도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 반면, 마운드는 고민이 많았다. 김강률과 곽 빈이 부상으로 빠져있기 때문에 올 시즌 정상적인 등판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장원준, 유희관처럼 투수들의 기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영건' 박치국도 어깨 상태가 약간 좋지 않아 스프링캠프에 정상 합류하지 못했다. 이런 변수들을 감안했을때 마운드가 불안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베테랑 투수들을 영입한 것이다. 권 혁은 왼손에 1~2이닝 불펜 요원으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고, 배영수는 선발과 불펜 둘 다 기용이 가능하다.
물론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성적이 결과를 말해준다. 새로운 팀에 합류한만큼 이들 역시 두산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줘야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