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킹덤'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류승룡을 만났다.
류승룡은 영화 '아는 여자'(2004, 장진 감독)을 시작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15년차가 된 베테랑 배우다. SBS '바람의 화원'(2008), KBS2 '아이리스'(2009), MBC '개인의 취향'(2010)에 출연했으며 영화 '최종병기 활'(2011, 김한민 감독),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민규동 감독),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주창민), '7번방의 선물'(2013, 이환경), '명량'(2014, 김한민 감독), '도리화가'(2015, 이종필 감독)에서 활약했다.
최근 개봉한 '극한직업'(2019, 이병헌 감독)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김은희 극본, 김성훈 연출)을 통해 극과극의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로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6편이 동시 공개됐다.
류승룡이 연기한 조학주는 일인지하 만인지상 영의정이자 혜원 조씨의 수장이다. 여기에 왕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조선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병상에 누운 왕의 생사를 감춘 채 왕세자 이창(주지훈)과 대립하는 권력자다. 류승룡은 '킹덤'을 통해 묵직한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올해 첫 시작이 좋다. 류승룡이 출연한 영화 '극한직업'도 4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연이어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도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받아내고 있다. 코믹과 공포 모든 장르에서 강점을 보여주고 있는 류승룡이기에 스스로도 만족감이 있을 터. 그는 "오랜 기간 준비한 작품을 선보였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보람이 있을 일이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촬영 내내 추위에 시달리며 촬영했던 '킹덤'이지만, 결과물이 좋기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상황. 폭염을 시작으로 한파까지 견뎌냈다. 류승룡은 "더울 때도 몇 년 만에 오는 폭염이었고 추울 때도 기록을 갱신하는 추위였다. 궁 안에 있다 보니 분장을 한 배우들을 보니 힘들이 보이더라. 홑옷에 피 분장을 하고 연기하는 민초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추위와의 싸움이었다"고 밝혔다.
함께 고생한 배우들과 스태프들 덕분에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첫 시즌은 모두 모여서 봤다. 류승룡은 "'킹덤'이 공개된 날 바로 다 봤다. 감독님과 작가님 등이 모두 모여서 봤고 같이 고생했던 배우들과 긴장하면서 재밌게 봤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면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가장 한국적인 상황에 서양적인 소재(좀비)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궁금했는데 잘 녹아난 것 같다. 시즌1이다 보니 초반에 많은 이야기를 풀고 뒤로 갈수록 거두는 맛의 드라마가 아닌, 시즌2가 있음을 시사하며 회수가 덜 된 떡밥들을 가져왔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고 생각했다. 또 시즌2 전에 시즌1을 봐서 앞으로에 대해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고 긴장해서 준비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승룡은 특히 '킹덤'을 만든 배우들 중 민초들의 연기를 최상으로 평가했다. 촬영용 더미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 피 분장과 연기력으로만 극을 완성했다. 류승룡은 "저는 궁에만 있어서 밖에서 열연하시는 분들을 보며 너무 미안했고 죄송했다"며 "실제 연기를 할 때도 너무 열정적으로 무섭게 해줬다. 제작발표회에서 민초 좀비는 처음 봤는데 실제로 할 때도 무섭게 했던 분들이고, 눈 앞에서 큰 동작을 하며 연기하는 것이 무서웠다. 제작발표회에서 직접 만나니 더 무서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은희 작가의 극본이 가진 힘은 류승룡도 공감하느 부분이었다. 이미 '싸인'과 '시그널', '유령' 등을 보며 김은희 표 장르물의 팬이었다는 류승룡은 "장르물의 대가이자 인간 본연의 서사를 가진 작가"라고 표현했다. 첫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고어들과 전문용어 등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참고문헌 덕분이었다고. 류승룡은 "단순한 비주얼쇼크 뿐만 아니라 좀비를 우리나라에 어떻게 접목시킬지가 궁금했는데 그걸 슬픔과 허기로 잘 접목시키며 '슬픈 좀비'를 만들었다. 속도감이 있었는데도 다들 이유가 있었고, 또 조학주에게는 좀비들의 굶주림과도 같은 욕망과 허기가 있었다는 것이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넷프릭스가 선보이는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인 '킹덤'은 유독 보안에 철저해야 했다. 류승룡은 "보안이 너무 철저하다. 포스터를 촬영한 후에도 보여주지 않고 영상도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본인들(넷플릭스 관계자) 휴대폰에 저장이 돼 있는데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승룡은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어마어마한 영광이다. 배우로서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고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정교함들, 그리고 표현 등에 대한 수위가 자유로웠다. 드라마가 주는 서사와 디테일을 자유롭고 여유있게 찍었다는 것이 차이다"며 "해외 각국의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의 드라마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시즌1 공개 전 시즌2가 발표돼 다들 좋은 기운으로 파이팅하자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시즌2에 대한 스포일러는 철저히 차단했지만, 류승룡이 귀띔한 점은 시즌1에서 뿌려진 떡밥들이 시즌2에서는 정리가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류승룡은 "많이 뿌려놓았던 떡밥들이 기대 이상으로 회수가 된다. 전개가 어마어마하게 '팍파팍' 바뀐다. 대본의 재미는 축구 전후반과 같다. 시즌1에서는 안배와 많은 떡밥을 회수하기 위해 깔았고, 그게 어마어마하게 깔려 있는 거다. 시즌3를 가면 연장전이다. 계속해서 새 시즌을 될 수 있는 한 해보고 싶다. 계속 살아나서 현대로 오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킹덤'의 시즌2는 2월 11일 촬영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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