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 첫 발을 내딛는 신인선수가 롤모델을 바로 옆에서 보며 성장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KIA '에이스' 양현종(31)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괴물 루키' 김기훈(19)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김기훈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롤모델인 양현종 선배 뿐만 아니라 류현진과 김광현 선배 등 최고의 좌완투수의 영상을 모두 챙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객관적으로 기대감만 따지면, 김기훈이 양현종의 신인 때보다 더 높은 게 현실이다. 양현종은 2007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뽑혔다. 당시 KIA가 양현종보다 더 우선순위에 놓고 1차 때 지명했던 투수는 인하대 오준형과 광주진흥고 정영일이었다. 반면 김기훈은 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발생시키며 당당히 1차 우선지명됐다. 조계현 KIA 단장을 비롯해 강상수 투수 총괄코치, 이대진 서재응 투수코치 등 투수 출신 프런트와 지도자에게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김기태 KIA 감독도 김기훈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김 감독은 김기훈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김 감독은 그 동안 신인들이 베테랑 선수들과 경쟁할 경우 오버페이스를 할 가능성이 높아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않았다. 2015년 박정수 이후 고졸 신인투수들은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김기훈은 잘 키워야 한다. 향후 KIA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할 재목이다. 잘 관리하면서 스프링캠프부터 잘 관찰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기훈이 롤모델 양현종처럼 성장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
기다림이다. 사실 양현종도 2년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2007년 입단하자마자 5선발을 맡았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후 팀 사정상 중간계투 요원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2년차에도 중간계투로 던지다 간헐적으로 선발로 전환됐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듯 보였다. 그러나 양현종은 2009년 6선발 체제에서 4선발을 꿰차며 날개를 펼쳤다. 12승5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했다.
김기훈도 롤모델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KIA에는 4~5선발이 공석이다. 윤석민과 임기영 등 기존 선발자원들이 부활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김기훈도 선발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내달 1일부터 막을 올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폭발시킬 잠재력을 판단한 뒤 김기훈의 보직이 결정될 전망이다.
의욕은 넘친다. 김기훈은 불펜보다 선발을 원하고 있다. 김기훈은 "불펜보다는 선발이 좋다. 그래서 선발로 나섰을 때 체력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선발투수형 체력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인왕, 생애 한 번밖에 도전할 수 없는 상이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성급한 감은 없지 않다. 다만 KIA는 1985년 전신인 해태 시절 이순철 이후 무려 34년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역대 '괴물 신인'이란 타이틀로 프로에 데뷔했던 김진우 한기주도 해내지 못했다. 롤모델 양현종도 그랬다.
김기훈이 KIA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