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최동원-선동열, 1990년대 양준혁-이종범, 2000년대 류현진-김광현. '쌍두마차'가 됐든 '라이벌'이든, 이들이 당대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어간 주역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굵직한 신인 선수가 잇달아 나온다는 건 KBO리그 역사가 풍요로워지는 것이며, 팬들에게도 큰 즐거움이다. 2017년과 2018년 KBO리그에는 기존 스타들을 위협하는 굵직한 신인 선수가 연이어 배출됐다. 2017년에는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최고의 신인으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KT 위즈 강백호가 신인왕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투표 기자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보여준 실력이 탄탄했고, 의미있는 기록도 세웠다.
이정후는 그해 144게임, 전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4리, 179안타, 2홈런, 47타점, 111득점을 기록했다. 역대 신인 최다 안타 및 득점 기록이 눈에 띈다. 시즌 전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이정후가 외야 주전이 될 수도 있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는데, 그 이상이었다. 시즌이 흐를수록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히어로즈 톱타자' 이정후로 뉴스 기사를 장식해 나갔다.
강백호는 올해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 29홈런, 84타점, 108득점을 마크했다. 역대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이 값지다. 홈런 1개를 더 쳤다면 역대 신인 최다인 1996년 박재홍의 30홈런과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정교한 파워를 앞세워 프로 첫 시즌 그라운드를 점령했다. 입단 즈음 투타 겸업이 언급됐을 정도로 천재성을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타석에서 팬들의 성원에 120% 보답했다.
이정후는 1차지명, 강백호는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각각 받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각광받아온 선수들이지만, 재능과 가능성만 가지고 성공가도를 열기는 쉽지 않다. 신인왕의 영예는 구단의 지원과 관리, 코칭스태프의 활용법, 그리고 본인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봐야 한다.
강백호가 올해 신인왕에 오르면서 두 선수가 KBO리그 흥행, 기록, 역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슈퍼스타 듀오로 선의의 경쟁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는 점에 야구계는 술렁이고 있다. 타격 스타일이 대조적이고 팀내 역할에 차이가 있지만, 실로 오랜만에 20대 초반의 젊은 스타플레이어 타자가, 그것도 둘이나 나온 건 분명 역사적인 일이다.
강백호는 최근 올해 연봉 1억2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역대 2년차 연봉 최고액이며, 연봉 인상율(344%)은 역대 2위다. KT는 강백호의 연봉을 책정하면서 지난해 이정후보다는 많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정후는 2년차인 지난해 1억1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인상율은 307%였다. 이번에 강백호는 이정후라는 비교 대상이 있었고, 1년전 이정후는 마땅한 비교대상이 없었다. 1000만원의 차이를 일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이정후는 지난해 종아리와 어깨 부상으로 35경기를 결장했음에도 109경기에서 타율 3할5푼5리, 163안타, 6홈런, 57타점, 81득점을 올리며 더욱 날카로운 방망이 실력을 뽐냈다. 신인은 3년은 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정후는 거물급으로 성장할 가능성과 자질을 사실상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어깨 수술을 받은 이정후는 재활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올해 개막전 출전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강백호의 2년차는 어떨까. KT 이강철 신임감독은 "상대팀이었을 때 보니 타구의 질이 다르더라. 우리 팀은 강백호가 계속 잘 해줘야 한다"고 했다. 몸 상태에 이상이 없고, 의욕도 넘친다. 투수를 겸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팀에서는 타자에만 집중시킬 계획이다. 워낙 성실하고 자질이 뛰어나 부상만 조심한다면 기량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정후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해도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될 것이다. 강백호 역시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향후 10년 이상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발전적 경쟁관계를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