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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주·최정원·이지하·송일국 '찰떡 4인방'이 돌아온다, 연극 '대학살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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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쾌하게 꼬집는 신시컴퍼니의 연극 '대학살의 신'이 2년 만에 돌아온다.

2017년 객석점유율 96%를 기록한 '최강 4인방'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다시 뭉쳤다. 오는 2월 16일부터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극 '대학살의 신(The God of Carnage)'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2009년 토니 어워즈, 올리비에 어워즈, 2010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등을 거머쥔 수작이다.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키는 다소 살벌한 제목이지만 치고 받는 대사만으로 다양한 갈등의 변주를 드러내는 유쾌하면서도 히스테릭한 블랙 코미디이다.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으로 한 소년의 이빨 두 개가 부러진다.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남경주)과 아네뜨(최정원)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송일국)과 베로니끄(이지하)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자녀들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모인 두 부부는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이들의 만남은 중산층 가정의 부부답게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변질된다.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대립에서 엉뚱하게도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눈물 섞인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작가 야스미나 레자는 '대학살의 신'은 결국 '내 안의 파괴적인 욕망'으로부터 자라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4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중산층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소통의 부재 때문에 평화로운 대화는 어느 순간 싸움을 위한 싸움으로 변질되어 파국으로 치닫는다. 마치 극중에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작가인 베로니끄가 연구하는 다르푸르 비극에 관한 논쟁 속에서 아프리카 사회와 그들이 믿는 '대학살의 신'이 훑고 지나간 흔적처럼 우리들의 사회와 문화, 예절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성과 실력으로 중무장한 4명의 배우는 교양이라는 가면 안에 가려져 있던 우리 모두의 민낯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까발리면서 우아하고 품격 있게 망가진다.

알랭 역의 남경주는 "표현해야 하는 감정의 폭이 굉장히 크고 넓은 작품이다. 현대인들의 문제를 단 90분 안에 이 모든 걸 보여줄 수 있어 정말 재미있다"고, 아네뜨 역의 최정원은 "배우의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템포감, 대사 속에서 깨닫게 되는 철학적인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각각 소감을 전했다. 베로니끄 역의 이지하는 "대화로 이어지지만 한시의 지루함도 없고, 말싸움만으로 우주가 폭발하는 것 같은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고 말했고, 미셸 역의 송일국도 "만약 철드는 과정 없이 그대로 자랐다면 미셸 같은 사람이 됐을 것 같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 공연하게 된 것이 행운이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밝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