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은 듬직했다. 좋은 체격조건을 통해 전해진 이미지였다. 포부도 당찼다. '불펜'보다는 '선발'로 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KIA '괴물 루키' 김기훈(18)의 속마음이었다.
프로가 된 느낌을 첫 질문으로 던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김기훈은 "생소하기도 하고 설렘이 가득하다"며 엷은 미소를 띄웠다. '제2의 양현종'이란 평가에 대해선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만 해도 황홀하다. 준비를 착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KIA 선발진에는 아직 두 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 '에이스' 양현종과 두 명의 외국인 투수(조 윌랜드, 제이콥 터너)만 1~3선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4~5선발은 아직 미정이다. 강상수 투수 총괄코치가 "더 이상 마운드에 이름 값은 없다"고 예고한 만큼 신인인 김기훈도 후보에 오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지난 7일부터 KIA 2군전용훈련장인 함평-KIA챌린저스필드에서 코치들의 지도를 받고 있는 김기훈은 "불펜보다는 선발이 좋다. 그래서 선발로 나섰을 때 체력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선발투수형 체력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광주제일고전에선 비공식 152㎞까지 빠른 공을 던졌다. 그리고 비 시즌 기간 더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가다듬고 있다. 무엇보다 '강심장'이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카운터 승부를 즐겼다. 그는 "위기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정면대결을 하는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김기훈이 강심장임을 입증한 대회는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열린 대만과의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결승이었다. 당시 연장 10회 승부치기까지 돌입한 상황이었다. 7-4로 앞선 연장 10회 1사1루에 등판한 김기훈은 삼진을 잡아낸 뒤 2사 만루에서 적시타를 허용, 1점을 내줬다. 그러나 후속 타자를 삼진처리하고 우승을 이끌었다. 김기훈은 마지막 타자와의 대결에서 풀카운트 접전까지 몰렸지만 자신이 낸 슬라이더 사인으로 결국 삼진을 잡아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이도류'가 인기다. 지난해 신인왕 강백호(KT)는 타자와 투수 겸업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김기훈도 투수 뿐만 아니라 타자로도 곧잘 했다. 이에 대해 김기훈은 "타자에서도 뒤쳐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투수가 더 매력적이다. 루킹 삼진을 잡을 때 짜릿하고, 변화구로 타자를 속일 때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미 성공을 위한 단계적 목표는 설정돼 있다. 첫 번째 목표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는 것이다. 이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고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가 마지막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2001년생이다. 아직 만나이로 18세다. 기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시기다. 김기훈은 "롤모델인 양현종 선배 뿐만 아니라 류현진과 김광현 선배 등 최고의 좌완투수의 영상은 모두 챙겨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효자'다.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은 집안을 위해 썼다. 그는 "집을 샀다. 좀 더 큰 평수로 이사를 갔다. 그 동안 부모님께서 내게 해주신 것에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고 전했다. 대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