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류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때문일까.
KT 위즈 강백호는 최근 투타겸업설에 휩싸였다. 프로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강백호는 온갖 신인상을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마무리했다. 잘 알려져있듯이 강백호는 고교 시절 투수와 타자 둘 다 맹활약을 펼쳤다. 서울고 재학 당시 홈런 치는 주전 포수에, 파이어볼러 마무리까지 맡으며 '야구천재'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데뷔 이후 외야수로 포지션을 못 박고 야수로만 한 시즌을 뛰었다. 물론 올스타전과 자선 야구 대회 등 몇몇 이벤트성 대회에서 투수로 나와 여전히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팬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벤트성으로 등판하는 것과 본격적인 이도류를 준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외야수로 첫 단추를 잘 꿴 강백호가 2년차 시즌을 앞두고 다시 투타겸업설에 휩싸인 이유는 이강철 감독과 서로 배려하다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강백호는 투수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와이드 인터뷰를 할 당시에도 "투수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 투수를 잘 하지도 못한다"고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또 "저는 구속이 빠른 편이다. 공이 빠른 선수들은 결국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부상 위험이 크다는 것을 스스로 많이 느꼈다. 그런 위험을 안고 굳이 투수를 고집하거나 야수와 투수 둘 다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외야수로 집중하는 게 맞다. 아직 외야 수비도 너무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 외야 연습을 하는 게 먼저지 투수에 대한 생각은 없다. 가끔 이벤트성으로 등판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그 정도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강백호는 이제 겨우 프로 2년차 선수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경우에 대비해 "투수 생각은 없다"고 못박기가 쉽지 않다. 본인의 고집을 부리거나 생각을 밀어부칠 연차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는 입장이다.
반대로 이강철 감독 역시 굳이 무리를 시킬 생각이 없다. 이미 타자로서의 실력이 어느정도 검증이 돼가는 신예인데, 투타 겸업으로 무리를 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상황은 감독이 가장 바라지 않는다.
물론 강백호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거나, 특별한 변수가 생겨서 포지션을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당장 '이도류' 강백호를 볼 확률은 무척 희박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