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건 25년전인 1994년이다. 이후 2002년까지 8시즌 가운데 5번 포스트시즌에 오르며 꾸준히 우승 도전에 나섰다. 1995년부터 8년간 LG는 512승493패30무(승률 0.509)를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 LG는 '무관'의 세월이 이처럼 길어질 줄 몰랐다.
2012년까지 10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LG 스스로 '암흑의 10년'이라고 부른다. 투자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육성 체계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2003년부터 포스트시즌에 오른 2013년까지 사령탑이 무려 6번 바뀌었다. LG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했다.
LG는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LG는 전반기 상승세를 후반기에 이어가지 못하고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LG의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시즌이었다는 평이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도 20년 이상 우승컵을 들지 못했으나, LG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좀더 특별하다. '탈 LG 효과', '유광 점퍼' 등 관련 비아냥은 비수로 꽂힌다.
지난해 10월 LG 구단 실무 최고 책임자로 선임된 차명석 단장은 이러한 총체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스카우트, 육성, 교육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구단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당장의 성적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승을 향한 장기전략을 마련중이다.
차 단장은 "어느 팀이나 감독, 단장이 새로 부임하면 3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한다. 솔직히 못하면 짤리니까 목표를 그렇게 잡는 것"이라며 "그러나 100억 FA를 3년 연속 데려오지 않는 이상 (하위권팀은)우승하려면 3년 가지고는 안된다. 5~6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스템을 정착시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 단장은 "3년 안에 하겠다고 하면 조급해진다. 그러다 보면 무리하게 선수를 쓰고 우승은 커녕 악순환이 된다"면서 "그게 안되니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를 보면 휴스턴 애스트로스나 보스턴 레드삭스도 5~6년 준비기를 거쳐 우승을 하지 않았나. 우리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6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의 우승 도전 청사진을 5~6년내로 맞추겠다는 생각이다. 차 단장은 "육성의 틀을 바꾸고 계획을 잡아야 한다. 내가 못해도 후임자가 우승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구조적으로 우리는 조금 더 멀리 본다. 우리나 롯데나 감독들이 연임이 안됐다. 환경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욕심을 내고 조급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중일 감독은 2020년 계약기간이 끝난다. 차 단장과 류 감독의 거취는 물론 성적에 달려 있다. 차 단장은 "5~6년을 목표로 해도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건 매년 만들어 놔야 한다. 우승은 그 뒤의 문제다. 일단 전력을 만들어 놓으면 2~3년에 한번씩 우승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육성과 팜 시스템을 완벽하게 하지 않고 우승한다는 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시스템 구축과 함께 차 단장은 선수단 정신력 개조에도 진력할 계획이다. 차 단장은 "정신력도 바꾸라고 날 부르셨다고 생각한다. 선수, 코치들을 상대로 행동과 마음가짐 등 인성 교육에도 힘쓸 것"이라며 "현장은 감독 중심이다. 1군에 필요한 선수를 수급해주고, 멀리 보고 육성에 집중하는 게 나와 구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