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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풍상씨' 문영남vs'황품' 김순옥, 막장 대모의 수목극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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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막장 대모'에 맞서는 '막장 대모'의 등장이다. '막장 대모'들의 수목극 전쟁이 드디어 막을 올린다.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의 역사를 새로 쓰며 '폭주' 중인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김순옥 극본, 주동민 연출)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다. 그동안 주말드라마 등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며 막강한 막장력을 휘둘렀던 문영남 작가가 '장밋빛 인생'(2005) 이후 14년 만에 수목극을 선보인다. KBS2 '왜 그래 풍상씨'(진형욱 연출)가 9일 베일을 벗는다.

'왜 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유준상)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드라마다. 설명에 맞게 가족들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펼쳐 낼 문영남 작가의 필력이 주목된다. 그동안 '우리 갑순이', '왕가네 식구들', '수상한 삼형제' 등 맛있는 주말극들을 만들어왔던 주인공이기에 다시 만들어낼 다양한 가족의 군상들에 관심이 쏠린다.

문영남 작가는 '막장 대모'다. 유쾌한 에피소드 이면에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기절초풍할 흡인력으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왕가네 식구들'은 무려 48.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주말극 왕국을 연출했다. 며느리 오디션부터 불륜, 시월드 아닌 처월드 등 실소를 금치 못할 막장력을 뽐낸 '왕가네 식구들'은 최종회에서 30년 후를 그려내며 역대급 엔딩을 맞이하기도 했다. 30년 뒤까지 건강히 살아 있는 할머니 안계심(나문희)과 백발이 된 왕수박(오현경), 고민중(조성하), 오순정(김히정), 허세달(오만석), 왕호박(이태란) 등의 얼굴이 그려지며 종영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막강한 막장력의 문영남 작가는 이번엔 주말극이 아닌 수목극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철저히 '수요'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다. KBS는 지난해 일군 '농사'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은 7일 '조들호2' 제작시사회에서 "지난 몇 년간 지상파 드라마들은 겸손을 배우는 시기를 가졌다. 겸손을 통해 잘 할 수 있는 드라마를 엄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환영받지 못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KBS의 잃어버린 1년을 되찾아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쉬운 2%를 쉽게 벗어날 수 없던 신선한 시도를 대신해 흥행이 확실히 보장된 작품을 평일 미니시리즈로 구축,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 출발이 바로 '왜 그래 풍상씨'다.

일단 겉으로는 막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장남 이풍상 역의 유준상을 필두로 동생들인 이시영, 오지호, 전혜빈, 이창엽 등 '등골브레이커' 동생들이 출연하며 소소한 가족얘기를 펼쳐보겠다는 작전이다. 드라마 관계자도 "놀랍게도 막장극은 아니다"는 말로 문영남 작가의 노선변경을 예고했다. 출연 배우인 이시영도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와 애환을 담은 대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은 또 다를 수 있다. 문영남 작가이기에 섣부른 전망도 금물이다. 상식을 깬 자극적인 '막장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

한데 상황이 또 미묘하다. 문영남 작가의 신작이다 보니 틀어만 놔도 시청률 보증되는 작품일테지만, 이번엔 강력한 적이 버티고 있다. 또 다른 '막장 대모'인 김순옥 작가의 '황후의 품격'이 17%의 고정시청층을 확보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황후의 품격'은 앞으로 더 흥미진진해질 2막까지 예고하고 있어 시선을 잡는다.

살인과 폭행, 불륜 등 자극적인 요소를 모두 쏟아냈고, 여기에 그동안 쌓아왔던 떡밥들을 해소하며 고정 시청자들을 잃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방송가에 때아닌 '막장 열풍'이 불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참패와 몰락을 반복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화제성이 아닌, 시청률을 먼저 잡기 위해 이같은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송사 내부에서는 "우리의 목표는 화제성이 아닌 시청률"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울려퍼질 정도다. 떨어진 광고 수익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는다는 포석이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평일에도 볼 만한 드라마를 시청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엔 '막장 대모'의 전쟁이다. 먼저 자리를 잡은 김순옥 작가와 문영남 작가의 맞불, 누가 축배를 들든 희비는 엇갈린다.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