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왼손투수 김태훈(29)에게 2018년은 자신의 프로야구 인생에서 잊지못할 해다.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2009년 신인 1차지명으로 당당하게 SK에 입단하며 가능성 높은 유망주로 매년 주목을 받았지만 꽃을 피우지 못했다. 부상이 항상 발목을 잡았고,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2017년까지 통산 63경기 등판해 83이닝을 던졌고 2승4패 4홀드, 평균자책점 5.96으로 성적으론 볼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2017년엔 데뷔 첫 승을 올리는 등 인상적인 장면을 몇차례 만들면서 가능성을 보였고, 2018년에 61경기에 등판해 94이닝을 던지며 9승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하며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보였다.
김태훈은 2018년의 성공에 대해 살빼기와 루틴을 얘기했다.
살을 빼면서 구속이 올라간 것이 자신감을 갖게했다고. 김태훈은 "힐만 감독님과 손 혁 코치님, 염경엽 단장님이 살을 빼는 것을 권유하셨다. 몸의 회전력이 좋아져 공이 더 좋아질 거라고 하셨다"면서 "실제로 9㎏을 감량하고 전지훈련을 시작했고, 시즌에 들어갔다. 실제로 회전력이 좋아져서인지 공이 빨라졌고, 더 자신있게 던질 수 있었다"라고 했다. 지난해 주로 롱릴리프로 나섰던 김태훈은 올시즌엔 마무리 후보로 꼽힌다. 신임 염경엽 감독도 김태훈을 봐왔기에 전지훈련전까지 살을 빼라고 했고, 본인도 열심히 살을 빼고 있다.
감량이 실력 향상을 가져왔다면 루틴은 부상을 막아줬다. 이전 가장 많이 던진 게 2017년의 41⅓이닝이었던 김태훈은 지난해엔 94이닝을 던지고도 멀쩡했다. 포스트시즌에선 더 좋은 구위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데뷔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치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김태훈은 루틴 덕분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시즌 내내 했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라 밝히긴 힘들지만 그것을 꾸준히 했고, 그래서인지 부상없이 시즌 끝까지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올해도 같은 루틴으로 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투수고과 1위로 4000만원이었던 연봉이 큰 폭으로 오를 게 확실한 김태훈. 10년만에 김태훈의 야구가 활짝 피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