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 기회를 잡은 이승우가 벤투호에 합류했다.
이승우는 7일(한국시각) 두바이 국제공항을 통해 UAE에 입성했다. 이승우가 뛰는 세리에B가 휴식기에 들어가며 한국에 있던 이승우는 곧바로 두바이로 넘어와, 선수단에 합류했다.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 출전은 어렵지만, 곧바로 12일 열리는 키르기스스탄과의 2차전에는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당초 이승우는 치열한 2선 경쟁에서 밀리며 23명의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대신 뽑힌 나상호(광주)가 우측 무릎 내측인대 염좌로 낙마하며, 깜짝 기회를 잡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에 따르면 참가국들은 팀의 첫 경기 킥오프 6시간 전까지 부상자를 다른 선수로 교체할 수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마지막까지 훈련하던 예비 명단의 이진현(포항) 대신 이승우를 택했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를 택한 것은 때문이었다. 나상호는 윙어와 섀도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다. 이승우도 그 자리에서 뛸 수 있다. 또 이승우가 연말까지 소속팀에서 계속 뛰었고,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했기에 감각적인 측면에서도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승우는 사실 벤투호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9월과 10월 A매치 때는 소집됐지만,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9월 코스타리카전 교체 출전이 전부였다. 10분 정도 밖에 뛰지 못했다. 11월 호주 원정에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시안컵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는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의 포지션에 좋은 자원도 많다"고 했다.
11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제대로 된 프리시즌을 치르지 못한 이승우는 서서히 파비오 그로소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6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이어, 12월30일에는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시즌 첫 골을 신고했다. 이승우는 날카로운 움직임을 앞세워 베로나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벤투 감독도 다시 주목했다.
이승우의 역할은 특급 조커가 될 확률이 높다. 벤투 감독은 기존 2선 자원에 대한 신뢰가 크다. 하지만 조커는 다르다. 이 역할을 담당하던 문선민(인천)은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나상호도 부상으로 제외됐다. 후반 혹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때 상대를 흔들 수 있는 카드는 중요하다. 2선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폭발력까지 갖춘 이승우가 제격이다. 특히 이승우의 순간적인 결정력은 아시아 무대에서 충분히 통하고도 남는다.
뒤늦게 합류한 이승우는 의외로 59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벤투호의 만능키가 될 수도 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