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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다시 뛰는 최용수 감독 "선수 구성 스트레스, 안고가야 할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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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너무 춥네요."

수온주가 영하로 뚝 떨어졌던 2018년 12월의 어느 날. 사진 촬영을 마친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두 손을 '호호' 불며 말했다. "개인적으로 추운 게 정말 싫어요. 추위는 못 견디겠어요." 최 감독이 패딩점퍼 옷깃을 여미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내가 왜 지도자를 했을까'

추위는 딱 질색이라던 최 감독. 그는 지난달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 당시 최 감독은 쌩쌩 불어오는 겨울바람뿐만 아니라 '강등 가능성'이라는 벼랑 끝 현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흔히 '아픈 경험도 발전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해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얘기에요. 그때 당시 느낀 참담함, 타들어가는 속은 아무도 몰라요. 경기를 앞두고 '내가 왜 지도자를 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최악의 상황.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FC서울이라는 팀은 K리그를 이끌어가는 구단과도 같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승강 PO까지 간 것에 대해 책임감을 많이 느꼈어요. 팬들과 선수들에게 미안했죠. 우리가 '설마 2부로 강등될까' 했는데, 그 설마가 정말 사람을 잡았죠. 위기에서 벗어나야만 했어요. 선수들에게 '마지막 경기인 만큼 최선을 다하자'고 했어요.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죠." 구사일생했다. 서울은 승강 PO에서 살아남았다.

▶우리는 '할 수 있다'

FC서울은 2018년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앉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던 FC서울은 최 감독에게 구조 신호를 보냈다. 이유가 있다. 최 감독은 2011년 감독대행으로 서울 지휘봉을 처음 잡은 뒤 2016년 리그 중반까지 여러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의 지휘 아래 서울도 훨훨 날았다. FC서울이 기댈 곳은 오직 최 감독 밖에 없었다.

"구단에서 저를 불러줘서 정말 감사했어요. 물론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FC서울은 제가 축구 인생의 반을 보낸 곳이에요. 팀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팀의 정체성을 되찾고, 팬이 원하는 축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2년4개월 만에 돌아온 FC서울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내 집 같은, 따뜻한 온기를 느낄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같이 땀을 흘리고는 있는데 생각은 각자하는 것 같았거든요. 모래알 조직력이었어요. 선수들의 의식을 바꿔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할 수 있다'고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기억'

결론적으로 말하면 절반의 성공이었다. FC서울은 최 감독이 돌아온 뒤 리그 6경기에서 1승2무3패를 기록하며 승강 PO로 추락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잔류에 성공했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동시에 다시 한 번 날아오를 기회를 잡았다.

"사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뒤 사장님, 단장님과 미팅을 했어요. 그때 '우리가 자칫 2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 드렸죠. 그 뒤 승강 PO를 치른거에요. 잔류가 확정됐을 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힘든 2~3경기를 치르고 나니 진이 빠졌죠. 이런 경기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목표 달성을 했지만, 정말 부끄러웠어요."

2019년을 맞이하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FC서울은 6일부터 25일까지 괌에서 1차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이후 일본 가고시마로 넘어가 2차 훈련을 한다.

"새 시즌 선수 구성 단계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받아요. 다음 시즌 목표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획득을 잡았는데,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나 싶기도 하고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것 또한 안고 가야 할 숙명이겠죠."

▶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숙명. 그렇다. 최 감독은 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고 했다.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 많아도 탓 할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선수 시절에는 뒤를 돌아 볼 여유가 없었어요. 너무 치열한 생존경쟁을 했죠. 주변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나 자신과 치열하게 겨뤘어요. 8년 전 감독 생활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보여요. 선수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가족들이."

최 감독은 상암벌을 떠난 뒤 2년4개월 동안 풍성한 경험을 쌓았다.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고, 방송 해설위원으로 경기도 봤다. 잠시 예능 방송에 몸담기도 했다.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또 다른 재미가 있거든요. 10년 전의 나였다면 이렇게 선수들을 헤아릴 마음이 없었을 거예요. 나이를 먹을수록 축구에 대한 이해도와 깊이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고요. 지도자가 성장해야 선수들도 성장해요."

최 감독을 키운 힘은 단순히 경험만이 아니다. "둘째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해요. 요즘 축구에 재미를 들였는데, 하루는 박주영 영상을 보고 또 하루는 고요한 영상을 봐요. 그러면서 제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린이들 정말 대단하죠. 저도 방심할 수 없어요.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야합니다."

다시 뛰는 최 감독. "우리는 힘들게 살아남았어요. 하지만 다음 시즌도 쉽지 않을 겁니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백지상태에서 더 치열하게 해야죠."

인터뷰를 마친 최 감독은 흐르는 시간이 야속한 듯했다. "당장 전지훈련을 떠나야 하는데 답답하네요. 맞다. 최강희 감독님과 황선홍 감독님께서 중국 리그로 이동하셨어요. 서정원 감독님도 안 계시고요. 집 나갔던 용수가 돌아왔는데, 다들 제 위치를 벗어 났네요. 저도 이제 다시 시작이죠." 최 감독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갔다.

구리=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