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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는 구단들, 결국 중소형 FA만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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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대로다. 결국 피해는 중소형 FA(자유계약선수) 선수들이 받는 셈이 됐다.

이번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역대 그 어느때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와 4년 125억원에 초특급 계약을 한 이후로 사실상 정체 상태다. 대어급으로 평가받던 최 정(6년 106억원), 이재원(4년 69억원)이 원 소속팀 SK 와이번스와 계약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지지부진하다. NC 다이노스에 잔류한 모창민(3년 20억원)이 어찌보면 최대 행운아다. 원 소속팀과 빠르게 합의점을 찾아 계약을 마쳐 홀가분히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은 진통을 겪고 있다. LG 트윈스와 협상을 진행 중인 박용택은 이미 잔류를 결정한 상황에서 조건만 조율하고 있기 때문에 특이 케이스고, 나머지 선수들은 각자 상황이 다르다. '젊은 3루수'라는 이점이 있는 김민성이 가장 화두에 많이 오르는 선수지만, 아직 뚜렷한 협상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구단들의 태도도 어느때보다 냉소적이다. 내부 FA나, 팀의 기존 1군 멤버라고 해서 협상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보인다. 구단들이 몸값 거품을 잡기 위해 FA 상한선을 추진하는 등 시즌 도중에 보여줬던 여러 움직임들이 이런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선수 외부 영입보다 자체 육성과 발굴에 집중하는 최근 흐름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양의지 이재원 최 정의 계약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어'로 평가받는 선수들은 이런 흐름과 상관 없이 거액의 계약을 했다. 결국 중소형 FA 선수들이 최대 피해를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선수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극소수의 몇몇 선수들에게만 부가 편중되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중소형 FA 선수들이 철저하게 외면받고, 타 팀 이적 기회조차 제대로 가질 수 없다면 더욱 많은 선수들이 FA를 소극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가장 바라지 않던 상황이다.

이번 FA 시장은 결국 해를 넘겼고,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초까지도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명의 'FA 미아'가 탄생할 확률도 높아 보인다. 당장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지난해 무산됐던 FA 제도 개선안이 올해에는 반드시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