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출발은 '악몽'이었다.
개막전 포함 7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손아섭을 붙잡고 민병헌을 보강한데 이어 채태인까지 데려오면서 커진 기대감은 분노로 바뀌었다. 주장 이대호가 홈 경기 뒤 퇴근길에 치킨박스를 맞는 봉변까지 당했을 정도. 선발진 붕괴에 이어 불펜 부담을 증가시킨 이 초반 부진은 시즌 내내 롯데의 발목을 잡는 원흉이 됐다.
갖가지 부진 원인 중 유력히 지목됐던게 대만에서 진행한 스프링캠프였다. 이전까지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던 지난해 처음으로 대만 가오슝에서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 연고지 부산을 출발해 도착까지 최소 이틀이 소요되는 애리조나와 달리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와 시차, 나쁘지 않은 훈련 여건 등이 고려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열악한 시설 뿐만 아니라 이상기후로 컨디션 끌어 올리기에 애를 먹었고, 이게 결국 초반 부진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었다.
롯데가 올해도 가오슝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 면에서 더 나은 미국, 일본을 제쳐두고 굳이 대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 지난해 겪었던 어려움이 올해 또다시 롯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롯데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대만 일정 당시) 기후 문제는 일시적이었을 뿐 전체적인 여건은 나쁘지 않았다. 선수단의 만족도도 컸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이나 시설은 미국이 가장 좋지만, 상대적인 부분도 있다. 어디든 100% 만족할만한 곳은 없다"며 "지난해 대만에서 한 차례 경험을 한게 (준비나 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는 오는 31일 가오슝에 도착해 내달 24일까지 1차 일정을 소화하고, 이후 3월 9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지난 2017~2018시즌 대만리그 전-후기 및 타이완시리즈까지 통합 2연패를 달성한 라미고 몽키스를 비롯해 지난해 대만시리즈 진출팀인 퉁이 라이온즈, 푸방 가디언즈와 각각 연습경기를 갖는다. 오키나와에서는 KBO리그 팀과 7차례 연습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