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룰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부FA 3인 이용규(33) 송광민(35) 최진행(33)과는 여전한 줄다리기중.
한화 구단 관계자는 3일 "FA는 선언을 한 뒤 공시가 되는 순간부터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 소속 선수가 아니다. 말그대로 자유계약, 풀린 몸이다. 시즌말 구단 공식행사에도 FA들은 참가하지 않는다. FA선수들이 계약을 하지 않으면 오는 31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도 당연히 동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는 1월 31일부터 3월 9일까지 오키나와 나하시 인근의 고친다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한화는 2019시즌 연봉협상을 진행중이다. 순조롭다. 11년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연봉협상은 최근 수년을 통틀어 가장 분위기가 좋다는 후문이다. 연봉 미계약자 역시 스프링캠프에 동행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하주석이 연봉 미계약으로 선수단 전체 출발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했다. 출발 당일 오전에야 뒤늦게 도장을 찍고 오후에 급히 다른 비행편으로 캠프지에 합류한 바 있다.
한화가 내부FA 3인을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데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이들이 30대 중반의 베테랑으로 타팀 이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용규와 송광민은 여전히 팀내 주전 중견수, 주전 3루수다. 대체 자원이 있다고는 해도 엄밀히 말해 내년 공개경쟁에서 주전 자리를 꿰찰 확률이 높은 이는 이용규와 송광민이다. 한화도 이용규와 송광민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갈곳이 없음을 알고 있다. 최진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지만 팀타선에 장타력을 더할 수 있는 필요 전력이다. 최진행 역시 이적은 어렵다.
두 번째는 팬들의 분위기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FA몸값 거품에 대한 반감은 거세다. 거액 계약에는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한화 구단이 긍정 여론을 등에 업고 선수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세 번째는 한화 구단의 팀개조 작업 순풍이다. 2년 전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다. 올시즌까지 3년 연속 외부FA를 영입하지 않았다. 외국인은 가성비, 육성형 위주다.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쪽으로 팀의 역량을 모으는 중이다. 지난해를 이를 바탕으로 성과를 냈다. 베테랑들로선 갈수록 설자리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선수들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한화 뿐만 아니라 10개구단 전반에 대어급 FA를 제외하면 찬바람이 씽씽 분다. 현재로선 불확실한 대량 옵션을 수용하지 않으면 구단으로부터 OK사인을 받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