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권한으로 NBA에 데려간다면 무조건 이정현."
지난달 27일 오리온과의 3라운드 최종전(94대78 승)을 앞두고 KCC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이 인터뷰에서 자신있게 한 말이다.
그의 '호언'은 틀리지 않았다. 결과부터 입증됐다. 전주 KCC의 간판 가드 이정현(32)이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3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매 라운드 최우수선수를 선정하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 투표수 99표 가운데 47표를 획득, 현대모비스 라건아(30표)를 비교적 여유있게 제쳤다. KCC로 이적 직전 시즌인 2016∼2017시즌 안양 KGC에서 2라운드 MVP에 선정된 이후 개인 두 번째 영광이다.
3라운드만 놓고 보면 이정현은 9경기 동안 평균 34분40초 출전하며 평균 17.3득점, 5.1어시스트, 3.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라운드 기간 동안 국내선수 득점 1위, 어시스트 3위에 해당하는 맹활약이다. 지난달 12일 친정팀 KGC와의 경기에서는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득점(33점)을 쏟아부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올시즌 KCC는 누가 뭐래도 이정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팀이었다. 이른바 똘똘한 포인트가드가 없는 상황에서 이정현의 어깨는 더 무거웠다. 여기에 하승진(2m21)을 정상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신 포워드 송교창(2m)-이정현의 토종 조합이 막강한 무기였다.
하지만 시작은 다소 미약했다. 시즌 개막 이전에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가 돌아오면서 체력이 떨어졌고, 경기 컨디션 조절에도 차질이 생겼다. 1라운드 평균 28분51초를 뛰고 평균 11.7득점, 2.1어시스트에 그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동안 KCC 프런트는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는 데도 본인의 몫을 해내기 위해 항상 애를 쓴다.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런 격려에 화답하는 듯 2라운드부터 제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2라운드 출전시간을 평균 31분4초로 늘리면서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를 15.4점, 3.3개로 높이더니 3라운드 접어들어 또 도약한 것이다.
그 덕분에 2라운드까지 8승10패(승률 0.444) 5할 승률 근처에 가지 못했던 KCC가 3라운드서만 5승4패로 전체 3위에 해당하는 승률(0.556)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탄력을 받은 KCC는 4라운드 2경기를 치른 3일 현재 3연승과 함께 리그 5위(15승14패)를 달리는 중이다.
무엇보다 청신호는 4라운드 들어 이정현의 어시스트가 2경기 평균 9개로 부쩍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통 포인트가드도 부러워 할 볼배급 솜씨가 살아나면서 그동안 미흡했던 마퀴스 티그는 물론 용병 센터 브랜드 브라운의 위력이 앞으로 더 살아날 것이란 기대를 품게 한다.
올시즌 현재 '1강' 현대모비스가 유일하게 KCC에 1승3패로 열세를 보인 데에도 이정현을 빼놓을 수 없다. 모비스는 KCC와의 맞대결에서 티그-이정현의 2대2 공격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력이 탄탄하기로 소문난 모비스지만 이정현과 티그의 특별함에는 고전해왔다. 티그는 스피드와 골밑 돌파에 강점이 있고, 이정현은 코트 내에서 나오는 변수를 적절히 공략한다. 순간적 판단이 좋은 이정현은 직접 슛을 노리거나, 브라운으로 이어지는 패스 등 복잡한 변수를 만들어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다.
이제 2, 3위 추격을 노리고 있는 KCC에게 이정현의 정상 궤도 진입은 이보다 훌륭한 천군만마가 없다. 3라운드 공로를 인정받은 이정현은 4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리는 창원 LG와의 홈경기에 앞서 기념 트로피와 상금 200만원을 받는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