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떡진 면을)제가 펴드릴 순 없고, 남기실래요?"
'골목식당' 홍탁집 아들이 재평가받고 있다. 그 이상의 '빌런(악당)'이 있었다. 그것도 바로 다음 골목에.
2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음식 솜씨부터 접객 태도까지 엉망인 청파동 하숙골목 피자집 사장의 모습이 담겼다. 시청자들은 "그간 문제의 출연자들은 알고보니 다들 천사였다"며 한탄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피자집 사장은 조보아와의 만남에서 "내가 벌써 떠오르는 별이더라. 홍탁집 사장님에 견줄만한"이라며 자신의 유명세를 실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그의 태도는 '골목식당' 빌런史를 갱신하는 그야말로 '역대 최악'이었다.
이날 피자집 사장은 "조리방법이 단순한 신메뉴"라며 미국 남부 음식인 잠발라야와 멕시코풍 닭국수를 준비했다. 하지만 시식단은 "최소 40분, 다른 메뉴는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한다"는 대답을 받았다. 피자집 사장은 "신메뉴라 메뉴판이 없다"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오늘 시식하러 오신 거 아니냐. 무상제공이니 좋게 평가해달라"고 말하는가 하면, 미안하다는 말 없이 "저희 젓가락 없다. 포크로 말아서 드시라"며 무성의한 응대를 이어갔다.
시식단이 불어터진 국수를 보곤 아연해하며 국물을 요청하자 "드셔보지도 않고 더 달라고 하냐"며 투덜댔고, 추위를 호소했을 땐 "난 더운데"라며 어이없어했다. '면이 떡져있다'는 클레임에는 "제가 펴드릴 순 없고, 그냥 남기실래요"라고 답해 백종원과 조보아, 김성주를 경악시켰다. 시식단은 "이 정도는 나도 10분이면 만들 것 같다", "태도부터 마음에 안든다"며 분노와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백종원은 "연습을 하나도 안했다. 장사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며 화를 냈고, 김성주도 "시식단이 아니라 이게 실전인데, 학생들이긴 하지만 잠재적 고객층인데"라며 탄식했다.
피자집 사장의 등장으로 '골목식당' 역대 출연자들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 이슈가 됐던 충무로 국수집은 원가 절감에 무심하고, 자신의 주관이 지나치게 강한 게 문제였다. 백종원이 처음으로 "이 프로 안하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던 해방촌 원테이블은 기본기도 없이 장사를 쉽게 생각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백종원의 지시에 따라 한 달간 가게문을 닫고 요리학원을 다녔다.
뚝섬 장어구이는 시작은 엉망이었지만, 백종원의 뜻에 충실히 따라 함께 지방 수산시장을 돌아볼 정도의 우애를 쌓았다. 경양식은 백종원의 솔루션을 골라 받아들였지만, 음식 만드는 기본기나 나름의 열정은 있었다. 인천 신포시장 돈말이와 타코야키, 청년구단 초밥집과 막걸리 등은 백종원의 지적에 태도를 고쳤다. 성내동 만화거리 피맥집은 백종원의 말에 따라 위탁 교육을 받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심지어 역대급 임팩트로 남았던 홍탁집 역시 백종원의 욕설까지 섞인 가차없는 지적에 고개를 숙이며 수긍했고, 결국 '갱생'이 이뤄졌다. 적어도 홍탁집 아들은 요리 초보자였고, 백종원이 도와줘야할 명분(어머니)이 있었으며,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문제는 피자집 사장은 프랑스 요리학교까지 다녔다는 자부심이 큰 반면 실력은 엉망인데다, 손님에 대한 응대 또한 일명 '뒷목식당' 역사상 최악이다. 심지어 장사에 대한 열정도 없어보이는 상황. 시청자들 역시 이렇다할 반전에 대한 기대도, 응원도 없는 분위기다. "골목식당 XX집은 알고보니 천사였다"는 재평가는 적어도 청파동 하숙골목까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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