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에서 4년간 48승을 거둔 메릴 켈리는 지난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년 계약을 맺으며 마침내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연봉은 2019년 200만달러, 2020년 300만달러이고, 2021년에는 바이아웃 50만달러에 425만달러의 구단 옵션이 걸렸다. KBO리그에 들어오기 전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던 켈리는 SK에서 기량을 갈고 닦으며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어린 나이에 KBO리그에 들어와 빅리그의 꿈을 이룬 거의 유일한 케이스다.
SK에 입단한 2015년 켈리의 나이는 26세 4개월이었다. 그는 이전 마이너리그에서만 5년을 뛰었다. 2010년 드래프트 8라운드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빅리그 콜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가 KBO리그를 노크한 이유는 기약없는 빅리그 도전보다 해외에서 충분한 기회를 갖고 실력을 쌓아보겠다는 장기 계획에 따른 것이다.
앞서 에릭 테임즈가 NC 다이노스에서 3년간 124홈런을 때린 뒤 2017년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계약을 하기도 있지만, 테임즈는 KBO리그에 오기 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많은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KBO리그로 시선을 돌린 결정적 사례가 테임즈다. 이어 켈리가 같은 모델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비춰볼 때 올해 19명의 신규 외국인 선수 가운데 두 명의 1994년생 투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SK 와이번스 브록 다익손과 롯데 자이언츠 제이크 톰슨이 그들이다. 다익손은 오는 2월 전지훈련에 합류하는 시점 나이가 24세 7개월이다. 톰슨은 롯데 캠프에 합류하면 딱 25세가 된다. 둘다 기량을 막 꽃을 피울 수 있는 시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익손은 캐나다 출신으로 2014년 드래프트 6라운드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켈리와 마찬가지로 지난 5년간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루키리그, 싱글A, 싱글A+, 더블A를 거쳐 지난해 트리플A까지 오르며 착실하게 성장세를 밟았으나, 빅리그 문턱에서 SK의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받아들인 것이다. SK는 연봉 60만달러, 인센티브 10만달러의 조건을 내걸었다. 다익손은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다고 해도 최저 연봉 52만달러 이상 받기가 힘들다. SK가 60만달러를 보장해줬으니, 빅리그 승격을 장담할 수 없는 다익손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만했을 것이다. 다익손이 SK의 콜을 받은 것은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열리기 한참 전인 10월말이다.
다익손은 2m3의 장신으로 위에서 내리꽂는 강력한 직구가 강점이다. 계약 당시 SK는 "휴스턴 팜에서도 촉망받는 선수였지만, 팀 뎁스상 기회를 받기 힘들었다. (제이미)로맥을 통해 KBO리그에 대한 매력을 느껴 계약은 순조로웠다. 과거 켈리처럼 어린 나이에 오는 만큼 한국에서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켈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한국땅을 밟는다는 뜻이다.
톰슨은 2012년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으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팜을 거쳐 2016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올해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기는 했지만, 3년간 빅리그 등판수는 30번에 불과하다. 역시 유망주 신분으로 7년을 보냈으니,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의 계약 조건은 연봉 76만달러, 인센티브 14만달러. 톰슨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익손보다 다소 후한 대우를 받았다.
톰슨은 평균 147~148㎞짜리 직구와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 등 구종이 다양하다. 특히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수준급이라는 평가인데, 메이저리그에서 피홈런과 볼넷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KBO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존 적응만 잘하면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 게 롯데 구단의 설명이다. 양상문 감독은 "(브룩스)레일리가 한국 야구 경험이 많으니 톰슨을 잘 이끌어준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 선수 모두 KBO 입단시 나이가 켈리보다 어리다. 켈리와 마찬가지로 훗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품고 KBO리그 마운드에 오를 이들의 활약을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