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리던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28)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에 합의했다.
MLB.com은 1일(이하 한국시각) '시애틀이 일본 출신 에이스 기쿠치와 4년 계약에 합의하며 로테이션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MLB네트워크 존 헤이먼 기자도 이날 '보장된 계약기간은 3년이며, 4년째인 2022년은 선수 옵션(player option)으로 설정됐다'면서 '그러나 2022년 옵션은 잠재적으로 보장기간 4년으로 바뀔 수 있어 계약기간은 7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정확한 계약 조건은 공식 발표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앞서 이날 MLB.com은 '30일간의 단독 교섭권 마감을 앞두고 기쿠치가 매리너스 구단과 만나기 위해 시애틀로 날아갔다'며 '이번 오프시즌 톱클래스 FA 선발투수인 그는 목요일 오전까지 계약을 완료하지 못하면 원소속팀 세이부 라이온즈로 돌아가야 한다'며 계약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기쿠치가 시애틀을 방문한 것은 계약 합의 후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서라는 게 현지 언론의 해석이다.
기쿠치의 몸값은 앞서 포스팅시스템으로 빅리그를 밟은 마쓰자카 다이스케(6년 5200만달러), 다르빗슈 유(6년 6000만달러), 다나카 마사히로(7년 1억5500만달러), 마에다 겐타(8년 2500만달러), 오타니 쇼헤이(마이너리그 계약) 등과 비교하면 상위권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애틀은 일본계 게임업체 닌텐도가 1992~2016년까지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한, '친일본' 마케팅을 펼치는 구단이다. 가즈히로 사사키, 스즈키 이치로, 이와쿠마 히사시, 조지마 겐지, 하세가와 시게토시 등 많은 일본 프로야구 슈퍼스타들이 시애틀에서 맹활약했다.
시애틀은 이번 오프시즌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값비싼 베테랑 선수들을 내보내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전력을 꾸리고 있다. 지난달 4일 로빈슨 카노, 에드윈 디아즈를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했고, 넬슨 크루즈(미네소타 트윈스), 저스틴 그림(캔자스시티 로열스), 크리스 헤르만(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등이 FA를 통해 팀을 떠났다.
시애틀 제리 디포토 단장은 2021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유망주들을 중심 전력으로 키울 구상을 하고 있다. 기쿠치가 시애틀 미래 전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게 디포토 단장의 설명이다. MLB.com은 '디포토 단장은 기쿠치를 비슷한 나이의 우익수 미치 해니거, 중견수 말렉스 스미스, 좌완 마르코 곤잘레스와 함께 향후 팀을 이끌 핵심 멤버로 여긴다'고 전했다. 이로써 시애틀은 곤잘레스와 펠릭스 에르난데스, 마이크 리크, 웨이드 르블랑, 그리고 기쿠치를 앞세워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시애틀이 기쿠치 영입에 열을 올린 데에는 마케팅 측면도 작용했다. 디포토 단장은 "우리 지역은 그 어떤 선수에게도 굉장히 훌륭한 시장이다. 특히 일본 출신 투수들한테는 특화돼 있는 시장이다. 도시가 다양성을 지니고 있고, 일본 선수들이 와서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게 다른 메이저리그 연고지와 다른 독특한 우리들의 강점이며 그것이 투수들에게는 편안하게 다가간다"고 설명했다.
기쿠치는 세이부에서 8시즌 동안 통산 73승46패, 평균자책점 2.77, 903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23경기에서 14승4패, 평균자책점 3.08, 153탈삼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기쿠치에 대해 '최고 96마일, 평균 92~94마일의 직구와 수준급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며, 어느 팀에 가더라도 2선발로 나설 수 있는 자질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