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시간이 있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즐겁게 뛰면서, 우리를 알아가고, 배려를 배우고, 올바른 인성을 기르고, 꿈을 키워가는 시간. 우리들이 만들어야 한 진정한 '학교체육 시간'입니다.
스포츠조선이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교체육중앙지원단과 함께 그런 '심쿵' 체육시간을 찾아 나섰습니다. 일선 선생님의 열정,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학교체육의 '롤모델'을 만나봅니다.
물론 아직 완전한 시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덧 3년째, 우리는 그 설레는 시간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걸음이 모여 진정한 '심쿵' 체육시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자~, 우리들의 '심쿵' 체육시간,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편집자주>
"저요? 원래는 '선물 포장' 동아리였어요."
숙명여중 축구부, '숙명FC'의 수문장 (안)재원이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숙명FC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는 재원이. 사실은 '선물 포장' 동아리에서 갓 이적한 신입 선수다. 본격적으로 축구에 입문한지 겨우 일 년. 하지만 축구의 매력에 제대로 빠졌다. 추우나 더우나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숙명FC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을 때, 온도계는 영하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재원이를 비롯한 숙명FC 선수들은 추위를 잊은 듯 운동장 곳곳을 달렸다.
재원이는 "지난해 '축구를 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추천을 받았어요. 그래서 올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죠. 배구와 축구 중 하나는 해보고 싶었거든요. 부모님께서 걱정을 하셨는데 '아침 훈련 등도 있는데, 네가 선택한 만큼 책임감을 갖고 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시작점은 각기 달랐다. 축구에 관심이 있어서 동아리에 가입한 선수는 많지 않다.
(김)민지가 대표적인 예다. "사실 축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체력을 기르고 싶어서 가입했어요. 하지만 직접 경기를 하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요."
축구화를 언제 처음 신었는지, 왜 신게 됐는지 계기를 묻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라운드 위 아이들의 미소를 보면 된다. 아이들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축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바꾸었다.
'주장' (이)주희는 "체력도 좋아지고, 성격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주장을 하면서 학급 회장도 맡게됐고요. 그 덕분인지 리더십도 생긴 것 같아요"라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이)민현이는 "축구부에서 야영을 했어요. 중학교 진학 후 처음 한 야영이었어요.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배들과 함께 야영을 했는데, 그 속에서 더욱 친해진 것 같아요. 친구의 폭을 넓힌 것 같아요" 라며'호호' 웃었다.
부모님과의 관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유영상 담당 교사는 "아이들과 부모님과의 관계부터 변하는 것 같아요. 사실 딸이 축구를 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다소 당황해 하시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세요. '우리 아이가 원래 이렇게 적극적이었나?' 하고 말이에요. 어떤 아버님께서 '살면서 딸에게 축구화를 사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이가 운동장에서 활발하게 뛰는 것을 보니 좋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관계가 더욱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최)가연이는 "지난해에는 공부보다 축구를 더 열심히 해서 기대에 미치는 성적을 내지 못했어요.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죠. 하지만 올해는 공부와 축구를 적절히 조절해서 밸런스를 맞추고 있어요. 처음으로 임원도 됐고요.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니 재미있고, 부모님께서 믿어주시니 뿌듯해요"라고 한다.
조희숙 교장은 "축구부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정말 좋아서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축구를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 것 같아요. 칭찬 받는 맛을 알게 되면 다른 것도 잘 할 수 있거든요. 아이들이 학교 체육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어요"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숙명FC 선수들은 축구를 통해 단순히 축구 기술만 배운 것은 아니었다. 자존감을 높이고, 관계를 넓히고.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