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난 허덕이는 KBO리그, 왜 쓸만한 포수는 항상 부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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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어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예견됐다. 만약 타팀으로 이적할 경우 120억 대박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양의지는 물론 좋은 타자이기도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으로 인해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양의지 뿐만 아니다. 이재원도 FA대박을 터뜨렸다. 이재원은 지난 5일 원 소속팀 SK 와이번스와 4년 총액 69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재원은 올시즌 타율 3할2푼9리 17홈런 57타점을 기록했고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통산 기록이 FA대박을 터뜨릴 정도는 아니다. 2017년에는 2할4푼2리, 2016년에는 2할9푼을 때렸다. 공격형 포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비에서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이 그의 '대박'을 이끌었다.

지난 9일 있었던 KBO리그 최초의 3각 트레이드에도 포수가 포함됐다. 강민호가 오기 전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포수 역할을 했던 이지영이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은 포수 박동원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라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이후 주전 포수 역할을 했던 김재현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주효상이 있지만 베테랑급 포수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KBO 팀들이 포수 찾기에 혈안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된 이유는 역시 포수라는 포지션 자체가 팀이 경기를 이끌어나가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라는 별명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포수라는 포지션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올 시즌 NC 다이노스를 보면 알 수 있었다. NC는 김태군을 시즌 초 경찰에 입단시킨 후 정범모를 트레이드 해와 주전 역할을 기대했지만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박광열 신진호 윤수강에 신인 김형준까지 번갈아가면 포수마스크를 썼지만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NC가 올 시즌 꼴찌를 한 것에는 '주전 포수 부재'라는 이유도 포함돼 있다. 결국 두산과 함께 양의지 영입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롯데도 강민호를 삼성에 보낸 후 포수난에 허덕이고 있다. 내년 시즌 나종덕 안중열 등으로 버티겠다고 했지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양의지 외에도 박세혁이라는 포수를 보유한 두산이나 이재원과 재계약한 SK, 강민호가 버티고 있는 삼성은 향후 몇년간은 안방 걱정을 접어둬도 되는 상황이다. 그 안도감은 한 시즌을 치르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