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붉은 달 푸른 해' 이이경이 김선아의 말을 믿었다. 순간 시청자의 몰입도도 치솟았다.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연출 최정규/제작 메가몬스터)는 의문의 아이, 의문의 사건과 마주한 한 여자가 시(詩)를 단서로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도현정 작가가 펼쳐놓은 미스터리 그물 속 단서들, 온몸을 쭈뼛하게 되는 긴장감, 그 안에서 펄떡이는 배우들의 존재감까지. 매회 안방극장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문제작의 탄생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주목 받는 것이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촘촘하고 치밀해지는 스토리 라인이다. 도무지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 단서들이 절묘하게 엮이고 있는 것. 11월 29일 방송된 '붉은 달 푸른 해' 7~8회에서 두 주인공이 죽음, 시(詩), 아이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장면은 한편으로는 짜릿하고, 한편으로는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시청자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이날 차우경(김선아 분)은 자신이 발견한 여자 미라와 그 위에 새겨진 의미심장한 시(詩)를 계속 생각했다. 앞서 두 가지 사건에서 죽음, 시(詩)가 동시에 있는 곳에 학대 받거나 방임된 아이가 있었기 때문. 그러던 중 상담했던 아이 시완으로부터 미라가 발견된 창고에 여자 아이가 살았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 이에 차우경은 사라져버린 여자 아이를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형사 강지헌(이이경 분)은 온몸을 내던질 정도로 사건에 집착하는 차우경이 의아했다. 경찰도 아닌 차우경이 대체 무슨 이유로 이토록 사건을 파헤치는지 궁금하고 신경 쓰였던 것. 그는 여자 미라 전남편의 집까지 찾아갔다가 경찰에 잡혀온 차우경을 목격, 그녀와 솔직한 대화를 시도했다.
차우경은 강지헌에게 "시(詩)가 있는 죽음에는 아이가 있다"고 했다. 앞선 두 사건이 그랬고, 이번 사건 역시 아이가 있을 것이란 정황이 포착됐다고. 그리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자신에게만 보이는 녹색 원피스 소녀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일견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날카로운 감과 촉, 판단력과 집요함을 가진 형사 강지헌은 차우경의 말을 믿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로 여자 미라에게는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는 다행히 보육원에서 보호되고 있었다. "시(詩)가 있는 죽음에는 항상 아이가 있다"는 말을 함께 믿기 시작한 두 사람이 앞으로 함께 사건을 추적해나갈 것임이 암시된 회차였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차우경의 말을 믿어준 강지헌. 해당 장면은 죽음, 시(詩)', 학대 받는 아이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를 입증하듯 이 장면은 분당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하며 이날 '최고의 1분'을 차지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해당 장면에서 치솟았다는 뜻이다.
이처럼 대담하게 극 전면에 죽음,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의 충격적인 이슈들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붉은 달 푸른 해'는 역대급 문제작이자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2018년을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붉은 달 푸른 해'를 꼭 봐야 하는 이유이다.
한편 MBC '붉은 달 푸른 해'는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숨막히는 긴장과 충격의 연속이었던 '붉은 달 푸른 해' 5~8회는 12월 2일 일요일 오후 1시 20분 재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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