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난해 지은 겨울 농사를 올해 겨울까지 잘 수확한 것 같다."
배우 김윤석이 두 번째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2008년 '추격자'(나홍진 감독, 영화사비단길 제작) 이후 10년 만의 쾌거다. 김윤석은 2008년 이후 2009년 '거북이 달린다', 2011년 '황해', 2012년 '완득이', 2017년 '남한산성'으로 4차례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상복이 없었다.
'1987'(장준환 감독, 우정필름 제작)의 김윤석은 지난 23일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버닝'(이창동 감독, 파인하우스필름·NHK·나우필름 제작) 유아인, '공작'(윤종빈 감독,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쳐스 제작) 이성민, '암수살인'(김태균 감독, 필름295·블러썸픽쳐스 제작) 주지훈, '신과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 하정우와 함께 경합 끝에 남우주연상 최종 수상자로 호명됐다.
김윤석은 지난해 12월 27일 개봉, 723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1987'에서 박종철(여진구)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원 처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폭력의 시대, 그 맨 앞자리에 있었던 인물의 초상을 완성한 김윤석은 특히 강렬한 평안도 사투리, 매서운 눈빛으로 박 처장과 싱크로율을 높인 것은 물론 박 처장의 불안한 감정과 나라를 향한 잘못된 충심을 완벽히 표현해 감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대사 실존 인물의 리얼리티를 살린 김윤석은 많은 관객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며 악역의 끝, 진수를 선보인 것. 이런 그의 명연기는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을 통해 명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김윤석은 지난 2008년 열린 제29회 청룡영화상에서 '추격자'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10년 만인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다시 남우주연상을 받아 감회가 남달랐다. 특히 10년 전 남우주연상 시상 당시 절친 송강호가 전년도 수상 자격으로 시상자에 올라 그해 남우주연상인 김윤석에게 트로피를 안겼는데, 10년 뒤인 올해 역시 지난해 수상자인 송강호가 올해 김윤석에서 트로피를 안겨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 앞에 선 김윤석은 "송강호가 시상을 주로 많이 한다. 특히 내가 상을 받을 때는 꼭 송강호가 시상을 맡는다"고 언급하며 남다른 인연을 과시했다.
김윤석은 "후보에 오른 모든 분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또 '1987'을 함께 한 모든 분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 지난해 겨울 농사를 잘 지어 올겨울까지 이렇게 잘 수확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1년 전 작품임에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1987', 그리고 박 처장 캐릭터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무엇보다 김윤석은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고문, 사법처리한 하수인으로 '희대의 악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 박종철 열사의 누나 박원숙 씨와, 형 박종부 씨, 그리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를 향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박원숙 누님, 박종구 형님, 배은심 여사님, 열사들의 가족에게도 이 영광을 꼭 전하고 싶다"며 의미 있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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