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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닥터]미스터 션샤인, 미스 가배 그리고 건강과 섹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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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잘 된 사람이 없어 보이가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16화에서 함안댁(이정은 분)이 한 대사로 드라마의 새드엔딩을 암시한 표현이다. 배경이 1900년대 초반으로, 주인공들의 운명이 결국 안타까운 죽음으로 마무리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며 마음 조리고 마지막 24화까지 봤던 드라마다.

미스터 션샤인의 시대적 배경은 암울하고 비참했던 시기지만 새로운 문물이 속속 들어오던 낭만의 시대이기도 하다. 모던뽀이와 모던걸들이 '가배'를 마시고 불란서 제빵소에서 무지개떡을 먹고, 구락부에서 딴스를 추고, 학당에서 잉글리쉬를 익히고, LOVE를 하던 시대다.

신식문물의 상징으로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던 가배는 커피의 과거 우리말 표기로 가비, 양차, 커피, 코히, 양탕 등 다양하게 불렸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언제 처음으로 들어왔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의 저서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는 1884년 경 이미 커피가 유행한 것으로 적혀있다. 1895년 고종황제가 아관파천 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대접받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최초의 커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

지금은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카페와 커피숍이지만, 1900년대 초반에는 일반인들에게 커피를 파는 곳이 드물었다. 당시 대표적인 커피숍이 손탁호텔이었다. 손탁호텔은 외교관과 정치꾼들이 몰려들었던 사교의 장소로, 1902년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많은 논란이 있지만 커피의 발견, 개발 그리고 전파는 6세기경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카파에서(이 지역의 이름을 따서 커피라고 불리게 됐다) 한 양치기에 의해 커피열매가 처음 발견됐다. 이후 아랍으로 전파돼 음료로 개발됐다고 알려져 있다.

14세기 경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커피콩을 불에 구워서 가루로 만들어 걸러 마시기 시작했다. 17세기에 유럽으로 처음 소개됐을 때는 성적 자극제로 알려졌는데, 독일의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커피와 성욕을 소재로 '커피 칸타타'(BWV 211)를 작곡해 커피의 효능을 예찬한바 있다.

커피가 의학적으로 섹스와 연관이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연구들도 있다. 아나니아스 등은 중년 이후 하루 한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여성에서는 성생활의 빈도가 늘고, 남성에서는 남성호르몬의 양이 증가하고 발기력이 좋아졌다고 보고했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커피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성욕을 증가시키고 성행위 동기를 유발할뿐더러, 남성의 음경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커피가 성에 관여하는 기전은, 커피가 성적 욕망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자극해 성욕을 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욕 증진 효과는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에겐 효과가 없고 자주 마시지 않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나타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커피가 성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들도 많다. 커피가 교감신경계의 긴장을 초래해 성적 흥분을 줄이고,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손을 상승시켜 성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카페인은 남성의 음경해면체에서 발기에 관여하는 아데노신의 활동을 억제하므로, 커피를 마신 후에는 발기 강도가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과도하게 커피를 마시면 남성의 정자 숫자가 감소하고 운동력이 떨어져서 난임이나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 신경이 날카로운 사람의 경우 카페인이 자율신경을 자극해 발기가 되지 않거나 조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요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카페인이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방광과 요도를 자극하고 배뇨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 시킨다.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요실금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저녁에 커피를 마시게 되면 야간 빈뇨가 늘어나고 소변보는 불편함이 악화될 수 있다. 과민성방광, 요실금, 전립선비대증 등 배뇨장애를 가진 사람이 커피를 마시고 성관계를 하면, 아랫배의 잔뇨감으로 성행위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소변이 마려워 도중에 중단하고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역사적으로 커피는 최음제나 흥분제로도 여겨져 왔으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논란이 많고 성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명확하지 않으니 괜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