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시장은 곳곳에서 이상조짐이 감지된다. 구단들의 몸사리기다. FA상한제 도입 움직임 등 구단들의 소극적인 행보가 맨처음 눈에 띈다. 에이전트 제도 시행 첫 해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물론, 예전에도 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구단들은 앓는 소리를 했다. 막상 시장이 열리면 후끈 달아올랐다. 해마다 거품논란, 각종 악재가 있었지만 보기 좋게 뚫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다른가. 양상이 심각해 보인다. 구단 스카우트 책임자들은 올해는 정말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극심한 리그 타고투저 속에 투수FA가 없기 때문이다. 마운드 보강이 지상과제인 상황에서 투수 매물은 태부족이다. 관심을 가질 만한 FA가 없다. 한화 이글스 구단 관계자는 "좋은 투수는 언제든지 고민의 대상이지만 올해는 투수가 없다. FA시장을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역시 투수가 없다며 일찌감치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공시된 FA는 모두 22명. 최대어는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 거포 3루수인 SK 와이번스 최 정도 두번째 FA지만 31세. 젊다. 대형 계약이 예상된다. 나머지는 준척급이다. 이적이 쉽지 않다. 이적할 수 없으면 협상 주도권은 원소속팀이 틀어쥔다.
투수쪽으로 눈을 돌리면 기근이 극심하다. 두산 장원준(33)과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37)은 두번째 FA. 롯데 노경은(34)과 이명우(36), 넥센 히어로즈 이보근(32), KT 위즈 금민철(32) 등 6명이 전부다.
장원준과 윤성환은 최고의 선발요원이었지만 FA 재취득을 앞두고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윤성환은 5승9패, 평균자책점 6.98. 장원준은 3승7패, 9.92. 4년전 윤성환은 4년 80억원, 장원준은 4년 84억원을 받았다. 대폭적인 몸값 하락이 예상된다. 잔류 외 길이 없다.
노경은과 이명우는 성적을 떠나 30대 중반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적이 어렵다. 노경은은 올시즌 활약을 인정받아 롯데와의 협상에서 좀더 나은 입지를 굳히는 정도. 이보근과 금민철은 소속팀에서는 존재감이 있지만 보상선수와 보상금을 지불해야하는 타팀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는 아니다.
해마다 FA시장은 에이스급 투수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올해는 상황이 급변했다. 각 팀마다 더 강한 외국인 투수 찾기와 리빌딩을 통한 내부육성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