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미련없이 내던졌다.
사실 대표팀 전임 감독을 맡은 것은 선 감독 입장에서는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야구계에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었다.
단순히 돈이 아쉬워 감독직을 맡은 것도 아니다. 혹여 한 국회의원의 말처럼 연봉 2억원에 판공비가 무제한이라 할지라도 선 감독은 이제 그보다는 명예가 더 소중한 때다.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이자 국보급 투수로 모든 야구팬의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KBO는 선 감독을 사퇴로 이끈 3가지 실수가 있었다. 먼저 선 감독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일까지는 막았어야 했다. 둘째 정운찬 총재가 국감에서 그런 발언까지 해서는 안됐다. 셋째 그 후 선감독이 거부했더라도 정총재가 직접 선 감독을 만났어야 했다.
LG 트윈스 오지환과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선발한 것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이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선수 선발은 오롯이 감독의 몫이다. 물론 팬들이 '왜 그 선수를 선발했나'라고 지적할 수 있고 적극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감에까지 불러 모욕을 주는 것은 도에 지나쳤다. 그것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온 감독이다.
여기에 정 총재는 기름을 부었다. 정 총재는 지난 달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 5개 체육 단체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해 전임 감독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감독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선 감독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프로선수들로 구성되는 성인 대표팀의 감독을 맡기로 된 전임 감독이다. 전임감독제는 야구계의 오랜 숙원이었고 지난해 7월에야 겨우 초대 감독으로 선 감독이 선임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TV로 5경기를 모두 본다는 선 감독의 말까지 지적했다. 정 총재는 "선동열 감독이 TV로 야구를 보고 선수를 뽑은 건 불찰이다. 이는 마치 경제학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 지표만 갖고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비유조차 적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선 감독이 국감에 참석한 후 1200만 야구팬들의 여론이 어땠는지도 정 총재가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끝으로 이 후 정 총재는 직접 선 감독을 만나 마음을 풀어주지 못했다. 물론 선 감독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지만 오해와 불신은 시간이 갈 수록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하루라도 빠른 대처를 했어야 한다. 이제 선 감독이 없는 야구대표팀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