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 다 기쁘겠지만 구단주만큼 기쁜 사람이 또 있을까.
SK 와이번스가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5대4 승리,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장에서 한참 축하 파티를 벌인 SK 선수단은 서울 원정 숙소인 리베라 호텔로 이동해 축승회를 가졌다. SK 스타일답게, 엄숙한 자리가 아닌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최창원 구단주, 트레이 힐만 감독, 주장 이재원, 한국시리즈 MVP 한동민이 단상에 올라 한마디씩 한 후 케이크를 자르고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쁨을 누렸다.
최 구단주는 단상에 올라 마치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선수들과 똑같이 고글을 쓰고 격 없이 샴페인 샤워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 구단주는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가끔 보면 SK는 야구 빼고 다 잘한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라고 하던데 이제 우리는 야구까지 잘하게 됐다"라고 큰 소리로 외쳐 선수들의 박수를 받았다.
최 구단주는 이어 "선수 몇명의 이름을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최 구단주가 가장 먼저 꺼낸 이름은 박정권과 김강민.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준 두 선수가 구단주의 눈에는 가장 밟혔나 보다. 최 구단주는 "박정권 만세, 김강민 만세"를 선창했다.
이어 최 구단주는 "마음 고생이 심했을 신재웅도 만세"라고 소리쳤다. 신재웅은 시즌 초반 박정배의 이탈로 어려웠던 SK의 마무리 자리를 꿰차며 정규시즌 2위로 팀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약간은 부진한 모습을 보여 실망이 컸을 텐데, 구단주가 세심하게 신재웅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그 다음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없는 선수였다. 노수광. 노수광 역시 팀의 리드오프로 맹활약했는데 정규시즌 막판 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이번 포스트시즌에 선두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최 구단주의 호명을 받는 영광을 누린 이는 누구였을까. 최 구단주는 "아, 한 명 더 있다"고 말한 뒤 "염경엽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염경엽 단장은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총액 27억원의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