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대중교통으로 악명 높은 이탈리아 로마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서비스를 민간 업체에 개방할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로마 시민 240만명은 오는 11일(현지시간) 로마시교통공사(ATAC)가 독점하고 있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자유화해 민간 업체도 참여할 길을 열어주는 방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번 투표는 이탈리아 급진당의 요구로 이뤄진 것으로, 야당인 중도좌파 민주당(PD)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2016년 6월부터 로마 시정을 이끌고 있는 집권 '오성운동' 소속의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은 로마의 대중교통 서비스는 ATAC 전담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투표는 구속력을 가진 게 아니라 주민투표가 통과되더라도 로마시는 시민들의 결정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찬성 의견이 우세할 경우 로마의 심각한 대중교통 문제에 그동안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라지 시장과 그가 속한 오성운동은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지 시장은 로마의 비효율적인 대중교통과 만성적인 쓰레기 수거난 등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로마 최초의 여성 시장이자, 역대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됐으나, 그의 취임 이후 로마의 고질적인 병폐들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마에서는 ATAC이 재정난에 빠지며 버스와 지하철 등의 유지보수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영향 등으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올해 들어서만 달리던 시내버스 약 20대에서 불이 나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고, 지난 달에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는 통에 러시아 축구팬 20명이 중경상을 입는 일도 벌어졌다.
더욱이 ATAC 직원들의 잦은 파업으로 가뜩이나 정시 운행과는 거리가 먼 버스와 지하철이 멈춰서는 일이 빈발하자 로마 시민들의 원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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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