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월화극 '백일의 낭군님'을 마친 배우 김선호를 만났다.
'백일의 낭군님'은 완전무결 왕세자에서 졸지에 무쓸모남으로 전락한 원득과 조선 최고령 원녀 홍심의 전대미문 100일 로맨스 드라마다. 김선호는 극중 정제윤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제윤은 한성부 참군으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급의 지식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출세길이 막혔다. 그러나 이율(도경수)을 만나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김선호는 능글맞다가도 순식간에 진지하게 얼굴을 바꾸는 정제윤의 매력을 십분 살려내며 도경수와의 브로맨스, 남지현에 대한 짝사랑까지 자연스럽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서 마지막 방송을 봤다. 막상 방송을 보니 이렇게 예쁘게 해주신 제작진께 고마웠다. 솔직히 나도 시청률은 기대 안했다. 우리끼리 재미있는 작품 했으니까 만족하자고 했었다. 그런데 첫 방송 시청률이 5%가 나왔다. 경수 콘서트를 우리끼리 갔었다. 우리나라 초중고생이 다 있더라. 우리 드라마가 망하진 않을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었다. 액소가 대단하다 싶었다. 그런데 시청률 5%가 나오고 평이 좋은 걸 보고 내가 정말 좋은 배우들과 했구나 싶었다. 믿기지도 않고 선배님들의 역량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이 욕심이 커지는 게 있더라. 10% 넘는 거 아니야 기대하고 그랬다."
작품은 최고 시청률 14.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며 tvN 월화극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역대 드라마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에 김선호는 시청률 공약으로 엑소 '으르렁' 춤을 추기도 했다.
"김선호를 검색하면 엑소 '으르렁'이 나온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 키가 커서 그렇다(웃음). 원래 잘 못 추긴 한다. 그런데 소희도 옆에 있었으면 나랑 뭐 그렇게….(웃음) 내가 왜 춤 춘다고 했는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어쨌든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앞으로 더이상 없을 경험일 것 같다. 재미있었다. 연습과정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연습 때 즐거웠는데 영상에서 그렇게 나와서 아쉽다. 설욕전을 생각해보긴 했는데 안될 것 같다. 팬카페에 팬들이 학이라고 올려놨더라. 앞으로는 어디가도 입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쯤 모여서 본방사수를 하는데 준혁 선배님이 '춤추자고 네가 그랬다면서' 라고 하셨다. 다들 사실 시청률이 나오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아질지 몰랐으니까. 10% 넘으면 기뻐서 춤 춰야지 했는데 막상 10%를 넘기니까 춤 춰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떨렸다. 친구들이 '너는 몸이 엉망이구나'라고 했다. 그렇지는 않다. 앞구르기 뒤구르기 잘한다. 안무가 낯설어서 그런거다."
하지만 엑소 팬덤은 김선호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를 표했다.
"몰랐다. 엑소 사랑한다. 콘서트를 처음 가봤다. 그런데 의자가 울리더라. 이래서 오는 구나 싶었다. 재미있었다. 경수는 원래 달리 봤었다. 나한테 얘기를 걸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웠었다. 오히려 지금 편해졌다."
그렇다면 김선호가 꼽은 인기 비결은 뭘까.
"경수와 지현이 공도 컸지만 주변 분들이 너무나 현명하게 작품에 대해 논하고 임해주셨다. 둘의 이야기가 아무리 예뻐도 주변 이야기가 받쳐주지 못하면 이 드라마가 풍부해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진짜 조성하 선배님이 가끔 너무 무서웠다. 연기하면서도 잘 하시는 건 알았지만 화면으로 보니까 저렇게 무섭나 하고 있는데 또 송주현이 나와서 너무 웃겼다. 제 역할을 자기 위치에서 잘 수행해주셔서 그렇지 않았나 싶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 배우들도 입을 모아 말했다."
그렇다면 아쉬움은 없을까.
"역할이랑 잘 맞았나 하는 생각도 했고, 혹은 내가 다른 인물로 냉철한 연기를 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저 장면에서 내가 좀더 위트있게 혹은 냉철하게 연기했다면 다음 배우들이 좀더 쉽게 연기했을텐데 하는 생각도 했었다. 사전제작이라 모니터링이 안되니까 아쉬운 부분은 많았다. 역할적인 부분은 좋았다. 역할을 하기 전에 충분히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인물로 설 수 있을지 너무 많은 고민을 했었다. 대본을 받고 고민하는 시간이 꽤 길어서 거의 리딩 전날 들어갔다. 그래도 사극 자체의 매력이 있었다. 선배님들이 사극을 한번 하고 나면 감정표현을 더 명확하게 해야하는 부분이 있고 하니 연기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폭이 넓어질 것 같다고 해주셨다. 경험은 하고 싶지만 무서움이 있었는데 그게 제일 큰 매력이었다. 정석이 형도 경수가 사람 좋다고 했었고 조성하 선배님 등 좋은 분들이 계셨다. 나는 사람을 많이 보는 편이다. 또 대본이 좋았고 제윤이 충분히 위트있고 재미있었다. 하기로 한 이상 잘해야 하니까 역할에 대한 고민이나 후회는 없었다. 사극이 처음이라 말투를 고민했다. 퓨전이라 정해진 게 없어서 선배님들이 하셨던 걸 많이 찾아봤다. 목소리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너무 하이톤이면 무게가 없고 사람들이 듣기 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윤이는 대부분 독백이나 누구에게 보고하는 신이기 때문에 감정을 섞기가 어려웠다. 내가 내기 편한 발성을 해야 듣기에 편하실 거라 생각했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매력인 것 같다. 위트있고 무겁지 않고 템포가 빨랐다."
사극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낄까.
"성장은 모르겠다. 연기 보고 반성은 많이 했다. 아쉬운 부분들을 많이 체크했다. 내 연기를 체크하는 좋은, 귀중한 시간이 됐던 것 같다."
'백일의 낭군님'은 김선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기대를 안했었다. 섣부르게 모든 걸 생각했던 것 같다. 내 생각이 열려있다고 생각했는데 갇혀있었던 것 같다. 내 스스로 가둔 게 아닌가 싶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스스로 뭔가 벽을 두고 생각했던게 아닌가 하고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 작품이 끝나고 사실 답답했다. 모든 걸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이 좋을까 하는 의심도 했다. 그건 내가 부족해서 그런 의심이 들었던 거다.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는 걸 보며 나 혼자 결정하고 하면 안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요즘에는 대본을 보고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물어본다."
'백일의 낭군님'으로 생각이 바뀐 만큼, 역할에 대한 사고도 좀더 유연해졌다.
"무슨 역할이든 끌리면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이 위트있는 역할이라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옛날에는 이렇게 밝은 역할만 하다 살인자나 악역 같은 역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잘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내가 나를 너무 못 믿고 의심했던 것 같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역할이면 뭐 하나 몰두해서 하고싶다는 생각은 있다. 감정의 폭이 좀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더 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게 아무래도 내가 추구하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연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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