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극적으로 '리버스 스윕'의 여건을 만들어냈다.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초반 2연패의 위기를 딛고, 2연승으로 맞불을 놓으며 기어코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갔다. '기적의 완성'까지는 이제 1승만 남았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에 돌렸어도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다. 이미 포스트시즌 9경기를 치르느라 체력은 거의 다 소진됐다. 또 올 시즌 승률이 좋지 못한 인천 원정경기로 5차전을 치러야 한다. 특히 SK는 한국 최고의 '빅게임 피처' 김광현을 5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넥센 역시 팀 에이스인 브리검이 나오지만, 브리검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그다지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인천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때도 4이닝 만에 6안타(2홈런) 3볼넷 5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결국 객관적 전력에서 뒤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럴 때일 수록 누군가 한 명이 적극적으로 나서 돌파구를 뚫어줄 필요가 있다. 베테랑이든 신진이든, 중심타자든 하위타자든 관계없다. 어디선가 먼저 하나의 돌파구가 나오면 SK보다 거의 유일하게 앞서는 '기세'를 몰아쳐 상대를 무너트릴 수도 있다.
다행히 그런 역할을 해줄 기대주가 있다. 바로 1차전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연타석 2점 홈런을 치며 승부를 팽팽하게 몰고갔던 주인공, 내야수 송성문이다. 그는 포스트시즌 이전까지는 그냥 넥센 팬들 사이에서만 '유망주'로 인정받는 선수였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지난 27일 플레이오프 1차전은 그런 송성문을 전국구로 알린 계기였다. 당시 송성문은 8번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타격에도 장점이 있었지만, 장정석 감독은 일단 수비에서 더 기대를 하며 하위 타순에 배치했다. 하지만 정작 송성문은 8번 타순에서 엄청난 위용을 펼쳤다. 1-5로 뒤지던 5회초 1사 1루 때 김광현에게 투런 홈런을 치더니 3-8로 뒤진 7회초 무사 1루 때도 역시 김광현을 상대로 2점짜리 홈런을 뽑아냈다. 자신의 데뷔 첫 포스트시즌 연타석 홈런이었다. 비록 이날 넥센이 9회말 박정권에게 끝내기 2점 홈런을 맞아 패했지만, 송성문의 활약은 매우 큰 인상을 남겼다.
때문에 김광현이 다시 선발로 나오는 5차전 때도 송성문이 타선의 키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큰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이라는 큰 임팩트로 만들어진 천적 관계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김광현도 다분히 송성문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송성문 역시 1차전의 좋은 기억 덕분에 김광현을 만나면 더 큰 자신감을 낼 수 있다. 이게 전체 경기에 미칠 영향력은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과연 장정석 감독이 송성문을 어느 위치에 투입할 지도 관건이다. 1차전 때는 8번 타순에 나왔지만 송성문은 이후 5번과 2번 등으로 타순이 많이 바뀌었다. 2번 타자로 나온 3차전 때는 희생플라이로 결승타를 치기도 했다. 테이블세터로도, 하위타순의 복병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김광현의 천적으로 자리잡은 송성문은 과연 5차전에 몇 번으로 나오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