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교체의 정석은 '좌타자 상대로 좌투수, 우타자 상대로 우투수'를 내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좌우놀이'다.
그런데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선발 문승원 이후 투수 교체에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0-2로 뒤진 5회말 선발 문승원에 이어 오른손 앙헬 산체스가 등판했다. 넥센 타선은 9번 주효상, 1번 김혜성, 2번 김규민으로 이어졌다. 모두 좌타자임에도 힐만 감독의 선택은 우완 산체스였다. 정규시즌서 선발로 던진 산체스는 플레이오프에서는 릴리프로 나서고 있다.
산체스는 3명의 좌타자를 삼진 2개를 곁들여 모두 범타로 막았다. 성공적인 투수 교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6회말 SK는 투수를 좌완 김택형으로 바꿨다. 넥센 타선은 3번 좌타자 서건창, 4~5번 우타자 박병호, 제리 샌즈였다. 김택형은 서건창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병호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샌즈에게 중전안타를 내줘 1사 1,2루에 몰렸다. 이어 6번 좌타자 임병욱이 타석에 섰다. SK는 김택형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임병욱의 벤치의 지시대로 번트를 대 3루쪽으로 굴렸다. 3루주자 서건창은 포수와 3루수의 런다운에 걸렸지만, SK 3루수 나주환의 악송구를 틈타 홈을 밟았다. 김택형은 결국 정영일로 교체됐고, 정영일은 김하성에게 좌전적시타를 얻어맞아 0-4로 점수차가 더 벌어졌다.
어쨌든 6회 우타자들을 상대로 김택형을 낸 것 역시 선뜻 이해하기 힘든 투수 교체다. 그러나 데이터상으로 사연이 있었다. 정규시즌서 김택형은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2할6푼1리, 우타자를 상대로 1할5푼8리를 기록했다. 우타자에게 훨씬 강했다. 반면 산체스는 좌타자 상대 2할7푼7리, 우타자 상대 2할7푼6리로 별 차이가 없었다. 5회 연속 나올 좌타자들을 상대로 김택형을 낼 수는 없었다.
힐만 감독이 5회 산체스, 6회 김택형을 기용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김택형은 6회 좌타자 서건창과 임병욱 타순에서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했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