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달아오른 방망이는 하루 만에 차갑게 식었다.
SK 와이번즈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이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번 타자' 이름값을 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로맥은 3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기대감을 끌어 올렸지만, 넥센 마운드에 철저히 봉쇄 당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첫 타석부터 아쉬웠다. 1회초 1사 1,2루에서 로맥은 넥센 선발 투수 이승호의 공에 방망이를 돌렸지만, 타구는 유격수 앞으로 힘없이 굴러갔다. 야수 선택으로 1루 송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병살타로 연결되진 않았으나, 선취점 기회에서 4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3루수 땅볼로 물러난 로맥은 5회에는 삼진으로 돌아섰다. 반전의 기회는 있었다. 팀이 0-4로 뒤진 8회 1사 1루, 로맥은 넥센 구원 투수 안우진의 공을 힘차게 받아쳤다. 하지만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6-4-3의 병살타로 연결됐다. SK 벤치는 로맥의 1루 아웃 판정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로맥은 전광판 화면을 보더니 곧바로 3루측 SK 벤치로 뛰어 들어갔다. 스스로 아웃을 직감한 모습이었다.
로맥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타율 3할1푼6리(528타수 167안타), 43홈런 107타점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넥센 마운드를 공략할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4경기 타율이 1할2푼5리(16타수 2안타)다. 정규리그 때 상대 투수를 공포에 질리게 했던 홈런포는 3차전 딱 한 차례 가동된 게 전부다.
SK는 넥센에 3차전에 이어 4차전까지 내주면서 마지막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행을 판가름하게 됐다. 과연 벼랑 끝 승부에서 로맥의 방망이는 다시 불이 붙을까.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