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월드시리즈 도전사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특급 마무리 김병현이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르며 역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김병현은 충격적인 홈런 3방으로 무너졌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김병현으로부터 홈런을 빼앗은 데릭 지터와 스캇 브로셔스가 언급된다.
3차전까지 애리조나가 2승1패로 앞선 상황. 김병현은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4차전에서 선발 커트 실링에 이어 3-1로 앞선 8회말 등판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서는 순간이었다. 김병현은 셰인 스펜서, 스캇 브로셔스, 알폰소 소리아노를 모두 삼진처리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9회말 1사후 폴 오닐에게 좌전안타를 내주고 2사후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한복판 슬라이더를 던지다 동점 투런홈런을 허용했고, 연장 10회말 2사후 지터에게 우월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다음 날 열린 5차전에서도 김병현은 2-0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2사 2루서 브로셔스에게 또다시 좌월 동점 홈런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애리조나는 시리즈를 3승3패로 몰고 간 뒤 홈에서 열린 7차전에서 커트 실링과 미구엘 바티스타에 이어 1-2로 뒤진 8회초 2사 1루서 김병현이 아닌 랜디 존슨을 등판시켜 3대2로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김병현은 2경기에서 3⅓이닝 6안타 5실점을 기록했다.
박찬호가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선 건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인 2009년이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정규시즌을 마친 박찬호는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4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 2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2차전에서 1-2로 뒤진 7회말 무사 1,3루서 등판해 호르헤 포사다에게 중전적시타를 허용한 뒤 지터를 번트 파울로 삼진 처리한 뒤 스캇 아이어로 교체됐다.
4차전에서는 2-4로 뒤진 7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볼넷 무안타 무실점으로 역시 잘 던졌다. 5차전에서는 8-4로 앞선 8회초 무사 2루서 등판해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줬을 뿐 무안타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6차전에서는 6회 1사후부터 7회 1사까지 1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는 2승4패로 무릎을 꿇어 박찬호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지 못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펼친 덕분에 이듬해 2월 양키스와 1년 12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는 성과를 거뒀다.
류현진이 이날 4⅔이닝 6안타 4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돼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월드시리즈 합계 성적은 7경기 2패, 11⅓이닝, 14안타, 9실점, 평균자책점 7.15가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