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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첫 하위 스플릿 확정 FC서울, 2년 연속 내리막, 수도구단의 정체성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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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명문 구단 FC서울이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다. 2016년 K리그1(1부) 정상에 오르며 통산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서울 구단은 2017년 정규리그 5위에 이어 올해에는 더 떨어져 하위 스플릿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일부에선 "지금 서울의 팀 분위기와 경기력이라면 2부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2018시즌은 험난했다. 잡아야 할 경기를 수도 없이 놓쳤다. 13패(8승11무)로 '동네북'이 됐다. 서울은 수도 연고팀으로서의 강팀 이미지를 서서히 잃어갔다. 황선홍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올해 4월말 사임했다. 이을용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넘겨받았지만 팀은 안정되지 않았다. 이재하 단장도 9월말 황 감독과 똑같은 이유로 구단을 떠났다. 서울 구단을 이끌었던 현장 책임자 두 명이 물러났지만 서울은 6일 벌어진 전남 드래곤즈와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32라운드 원정경기서 0대1로 지면서 최근 9경기(3무6패) 연속 무승의 늪에 빠졌다. 다음 33라운드 제주 원정 결과에 관계없이 하위 성적 (7~12위) 6팀끼리 대결하는 하위 스플릿행이 결정됐다. 2012시즌 K리그에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된 후 서울이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이을용 감독대행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서울의 현 상황은 이 감독대행의 책임여부를 따지는 것 보다 다급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6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현재 승점 35점으로 9위다. 최하위 12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0)와 승점 5점차 밖에 나지 않는다. K리그1은 33라운드 후 상하위 스플릿을 한다. 스플릿 이후 팀별로 5경기씩을 더 해 꼴찌 12위가 2019시즌 K리그2(2부)로 자동 강등된다.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현재 승점차와 서울의 경기력 그리고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고려할 때 서울이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한마디로 인천 전남(11위) 등과 피말리는 혈투가 불가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인은 "서울은 2년 동안 강하다는 이미지를 잃어버렸다. 최근 경기를 보면 수도 연고 서울의 정체성이 뭔지 모르겠다.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부진을 벗어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부진이 외국인 선수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울이 2010년대 초반 최용수 감독과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주름잡을 때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17년말 수원삼성으로 이적한 데얀, 몰리나, 아드리아노(전북), 오스마르(세레소 오사카로 임대) 등이 있었다.

하지만 2017시즌과 올해 서울의 외인들은 클럽의 경쟁력을 떨어트렸다. 여름에 긴급 수혈한 공격수 마티치는 1골에 머물렀다. 큰 기대를 걸었지만 기량 미달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코바는 기량 미달로 중도에 떠났다. 에반드로와 안델손도 K리그 득점 레이스를 이끌고 있는 말컹(25골) 제리치(23골) 주니오(18골) 무고사(15골) 등 보다 파괴력이 크게 떨어졌다. 한 에이전트는 "외국인 선수가 항살 잘 할 수는 없다. 그만큼 실패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서울 구단이 외국인 선수 영입에 예전 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내 구단과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좀더 공격적으로 선수 영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K리그 관계자들은 1년 예산을 놓고 봤을 때 서울이 전북 현대 다음으로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서울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곳에 좀더 효율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서울은 그동안 팀의 간판이었던 박주영이 입지를 잃어버렸다. 황선홍 감독과는 SNS를 통해 불화설이 불거졌다. 박주영은 이을용 대행 체제에서도 1군 경기에서 사라졌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경기력이 올라간 고요한이 토종 고참으로 중심을 잡아 나갔다. 그러나 고요한은 6일 전남전에서 허용준(전남 공격수)과 쓸데없는 신경전으로 충돌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그로인해 고요한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두 경기에 결장하게 됐고, 서울의 큰 전력누수를 안고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됐다. 서울은 현재 그라운드에서 구심점이 없다. 국가대표를 지낸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의 모습도 안 보인 지 오래됐다.

FC서울이 이번에 불어닥친 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