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6위 전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6~7일 열린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32라운드의 최대 관심사는 상위 스플릿을 향한 강원, 제주, 대구, 서울의 행보였다. K리그1은 33경기를 마친 뒤 '윗물'과 '아랫물'로 나뉜다. 33라운드까지 1~6위에 포진한 팀은 '윗물'인 상위 스플릿에서 우승 타이틀(1위)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2~3위)을 다툰다. 반면 7~12위 팀들은 '아랫물' 하위 스플릿에서 강등권(11~12위) 탈출이라는 생존경쟁의 장에 내던져진다.
포인트는 6위 싸움이었다. 1위 전북을 시작으로 경남, 울산, 포항, 수원은 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한장의 티켓을 두고 강원, 제주, 대구, 서울이 경쟁률 4대1의 역대급 경쟁을 펼치고 있다.
6일 세 팀이 먼저 나섰다. 강원(승점 39)은 홈에서 포항과 1대1로 비겼다. 전반 36분 정석화의 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12분 김승대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2경기 연속 무승(1무1패)에 그치며 치고 나가지 못했다. 대구와 서울은 6위 싸움에서 이탈했다. 상승세를 타던 대구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대구는 홈에서 인천에 1대2로 패하며 승점 36에 머물렀다.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해도 6위행이 좌절됐다. 서울(승점 35) 역시 전남 원정에서 0대1 충격패를 당했다. 9경기 무승의 수렁에 빠진 서울은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하위스플릿행을 확정했다. 구단 역사상 첫 굴욕이었다.
7일 제주의 차례였다. 제주는 7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과 격돌했다. 경기 전 만난 조성환 감독은 "라이벌팀들이 승점을 얻지 못했다. 우리에게 운이 따르고 있는 것 같다.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며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축구로 승점 3점을 노리겠다"고 했다. 스리백 대신 포백을 택한 조 감독은 찌아구, 마그노, 김호남 김현욱 등 내세울 수 있는 공격 자원을 모두 투입했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우리도 상위 스플릿행을 확정지었지만 울산과의 2위 싸움 때문에 소홀할 수 없는 경기다. 최근 수비진이 흔들리고 있지만 집중력을 발휘해서 승리를 챙기겠다"고 했다.
절박함에서 제주가 앞섰다. 제주 선수들은 머리를 짧게 하고 경기에 나섰다. 기대만큼의 공격은 보이지 못했지만, 몸을 날리는 수비로 경남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나마 얻은 찬스는 이범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0-0으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 제주에 미소를 지었다. 교체 투입된 이동수가 통렬한 중거리포로 결승골을 뽑았다. 경남의 골망이 출렁이는 순간, 제주의 벤치는 모두 일어나 환호를 질렀다. 제주는 1대0으로 승리하며 승점 41로 강원을 제치고 6위로 떠올랐다. 6위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제주는 자력으로 상위 스플릿행에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마지막 서울전에서 승리할 경우, 6위를 확정짓는다.
조 감독은 "전체적인 구성원들의 염원이 마지막 골을 만들어줬다. 오늘 사실 멤버 구성에서 어느때 보다 힘들었다. 선수들과의 대화, 코칭스태프들과의 대화를 통해 베스트11을 구축했다. 교체 상황에서 의견 조율을 통해 이동수를 넣었는데 주효했다"며 "바라던데로 경기가 됐다. 타팀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우리에게 큰 의미가 되는 승점 3점이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상위 스플릿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창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