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다 한번씩 붙어본 상대들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가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갖고 있다."
'울산 스피드 레이서' 김인성(29·울산 현대)이 축구선수의 로망, 태극마크의 꿈을 묻는 질문에 당당하게 답했다.
내달 1일, 10월 A매치 2연전(우루과이, 파나마)을 치를 벤투호 2기 발표가 임박한 시점, 김인성은 26일 K리그1 30라운드 제주와의 홈경기(3대2승)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동료 믹스, 박주호와 함께 K리그1 30라운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린 건 당연했다. 믹스, 김승준을 향해 결정적인 킬패스를 밀어넣으며 2도움을 기록했다. 오른쪽 측면을 쉴새없이 오르내리는 김인성의 존재감은 눈부셨다. 가공할 스피드로 제주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 오른쪽을 시원하게 뚫어낸 후 박스안으로 파고들며 밀어넣는 킬패스는 치명적이었다. 특히 함께 치고 달리던 한승규, 김인성의 패스가 김승준의 골로 연결된 세번째 '팀플' 골은 환상적이었다. 경기 후 김도훈 울산 감독은 "김인성에게 직선적인 드리블을 통해 스피드의 장점을 살리라고 주문했는데 잘해줬다"며 애제자의 활약을 흐뭇해 했다.
김인성은 선천적으로 빠르다. 초등학교 4~5학년 때, 안산시 주최 육상대회 100m 1위를 휩쓸었다. 김인성은 '노력파'다. 폭발적인 스퍼트에도 90분 내내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성균관대 시절부터 죽을둥 살둥 목숨 걸고 해온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이다. 매경기 선발을 열망하는 김인성은 "왼쪽 수비수는 보통 잘 교체되지 않는다. 90분을 함께 뛸 경우 체력에서 상대팀 수비수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오히려 상대가 더 지친다. 후반 상대 수비수 체력이 떨어지면 기회가 생긴다. 내가 더 우위에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선천적 스피드에 후천적 노력, 리그 경험까지 덧입혀지면서 김인성은 매시즌 강해지고 있다. 김인성은 "빠른 선수는 너무나 많다. 축구는 빠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그 스피드를 살리는 플레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6년차 K리거로서 "처음 프로 입단했을 때보다 여유가 생겼고, 내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김도훈 감독님께서 믿어주셔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를 향한 꿈도 당당하게 드러냈다. "K리그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두루 경험해봤다. 같은 포지션 공격수는 물론, 매경기 부딪치는 풀백, 센터백, 미드필더 다 붙어본 선수들이다.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가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속팀 울산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 오른쪽 측면을 지배했다는 찬사에 김인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팀이 승리한 것이 기쁘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기록으로 본 김인성은 울산의 '승리요정'이다. 김인성의 모든 공격포인트는 팀의 승점으로 직결된다. 김인성은 "올시즌 내가 골을 넣거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경기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공격수로서 그 부분이 가장 기분 좋다"며 웃었다.
김인성은 올시즌 리그에서 2골 3도움을 기록했다. 빠르고 성실하고 헌신적인 그의 진면목은 단판승부 토너먼트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김인성은 지난해 상주상무와의 8강전, 목포시청과의 4강전에서 잇달아 골을 터뜨렸다. 울산이 19년만에 FA 우승컵 역사를 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단판승부 사나이'의 활약은 올해도 여전하다. 3월13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상하이 상강 원정(2대2무)에서 울산의 두번째 골을 터뜨렸고, 지난 5월 9일 수원과의 16강 1차전에서 천금같은 골로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7월25일 FA컵 16강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울산의 8강행을 이끌었다. 수원 원정 나흘후, 홈에서 김해시청과 4강행을 놓고 격돌한다. 사흘 간격으로 이어지는 살인적인 일정속에 김인성은 "빡빡한 일정이긴 하지만, 나는 회복이 빠른 편"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작년 목포시청과의 4강전이 좋은 경험이 됐다. 상당히 힘든 경기를 했다. 이번에도 다들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절대 방심하거나 실수해서는 안된다"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스플릿리그까지 3경기, FA컵 8강전을 앞둔 시점에서 김인성의 목표는 또렷했다. "가장 큰 목표는 우리 팀의 ACL 진출과 FA컵 2연패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끝까지 부상없이 총 10골을 넣고 싶다. 리그, FA컵, ACL을 통틀어 5골을 넣었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5골을 더 넣고 싶다."
리그 3위 울산(승점 51)은 29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1라운드에서 수원(승점 42)과 격돌한다. 수원과의 ACL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김인성은 각오는 결연했다. "스플릿까지 3경기(수원, 전북, 강원)가 남았다. 수원을 잡으면 ACL 안정권에 한발 더 다가선다. 주장 (강)민수형을 중심으로 '매경기 머리 박고 무조건 하자'는 분위기다. 고참 선배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주는 것이 우리팀의 장점이다. 남은 3경기 서로 잘 맞춰가면 충분히 다 이길 수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