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투수 송승준(38)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송승준은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3이닝 6안타(1홈런)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팀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은 면했지만, 또다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는 이날 불펜 투수 6명을 소비했다.
송승준은 올 시즌 18경기 중 11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이 중 5이닝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간 것은 불과 5차례.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지난 7월 27일 고척 넥센전(5⅔이닝 7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에서도 6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시즌 초반 부상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송승준은 지난 4월 11일 울산 넥센전에서 4타자를 상대한 뒤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한 달 가까이 쉬었다. 2군에서 몸을 만든 뒤 지난 6월 1일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하지만 구위나 마운드 체력 면에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송승준은 올 시즌 한 차례 불펜 보직을 맡은 바 있다. 불펜 붕괴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 6월 중순부터 구원 투수로 7차례 마운드에 올라 12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84였다. 롱릴리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팀 여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긴 이닝 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송승준의 최근 페이스를 고려하면 다시금 불펜으로 이동시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할 만하다.
문제는 송승준이 선발 로테이션을 비우면 이를 메울 만한 대체 자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 2군에서 복귀한 박세웅이 최근 웨이버공시된 펠릭스 듀브론트의 빈자리에 들어갔다. 시즌 초반 선발로 나섰으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윤성빈은 최근 불펜 요원으로 활용 중이다. 불펜 자원이었던 노경은이 이미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올 시즌 경찰 야구단 소속으로 2군리그에서 8승(2패)을 따냈던 홍성민은 제대 직후 1군 엔트리에 합류했지만 3차례 불펜 등판에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소위 '1+1'으로 불리는 선발 활용법도 쉽지 않다. 송승준이 짧은 이닝을 막고 불펜에 바통을 넘겨도 현 상황에서 긴 이닝을 소화해 줄 불펜 투수가 없다. 진명호, 구승민은 올 시즌 마당쇠 역할을 하면서 체력 부담이 크고, 오현택의 역할도 셋업맨에 제한되어 있다. 고효준, 이명우, 박시영, 윤길현 등 나머지 투수들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고심의 흔적이 역력한 모습이다. 그는 "송승준의 구위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고 근심을 드러낸 뒤 "(보직 변경 여부에 대해) 투수 코치와 상의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