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 사직구장.
9회말 2사 1루에서 롯데 자이언츠 4번 타자 이대호를 만난 제이크 브리검(넥센 히어로즈)이 힘차게 공을 뿌렸다. 이대호가 휘두른 배트는 공을 정확히 맞췄다. 높게 뜬 공은 중견수 플라이 아웃 처리됐고, 브리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해 넥센 입단 후 두 시즌 만에 거둔 KBO리그 첫 완봉승의 순간이다.
브리검은 이날 롯데전에서 9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9탈삼진으로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총 105개의 공을 던진 브리검은 최고 149㎞의 직구 뿐만 아니라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투심을 골고루 구사하면서 롯데 타선을 홀렸다.
무엇보다 환호한 것은 넥센 선수단이었다. 5연패 수렁에 빠졌다가 힘겹게 롯데를 꺾었던 전날의 환호가 다시 메아리쳤다. 동료 투수 한현희, 최원태 등은 경기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브리검에게 얼음통을 쏟아부으면서 완봉승을 축하했다. 붉게 상기된 브리검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완봉승 소감은.
▶짜릿했다. 앞선 KT전(8월 5일·8⅓이닝 8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 승리)에서 완봉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컸다. 오늘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최선을 다해 던지고자 했고,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8회 1사 2, 3루 상황이 최대 고비였다.
▶점수와 아웃카운트를 바꿔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이닝을 마치는게 중요했다. 집중해서 던졌는데 호수비가 나왔고 실점을 피할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
-홈 태그아웃 뒤 롯데 벤치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엄청나게 떨렸다(웃음).
-9회말 2사후 손아섭에게 안타를 내준 뒤에도 흔들릴 수 있었는데.
▶나는 원하는 코스에 공을 뿌렸지만 손아섭이 잘 받아쳤다. 뒤에 더 좋은 타자(이대호)가 버티고 있었기에 아웃카운트를 빨리 잡자는 생각 뿐이었다. 완봉승 기록은 중요하지만 팀 승리가 우선이다.
-완봉승이 확정됐을 때는 어땠나.
▶'됐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정말 기뻤다.
-투구수 관리도 잘 됐고 전체적인 내용이 좋았다.
▶특별히 컨디션이 좋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투구 계획에 집중하려 했다. 롯데 선발 투수 브룩스 레일리라는 좋은 투수가 나와 호투를 펼쳤다. 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올 시즌 긴 이닝을 던지고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적도 있었다.
▶힘들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투구 계획에 집중하면서 팀 승리를 위해 던지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봤다.
-앞서 완봉승을 거둔 기억은.
▶지난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 싱글A팀 시절 한 차례 완봉승을 거둔 적이 있다. 정말 어릴 때였다(웃음). 그 이후 처음으로 거둔 완봉승이다.
-개인 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승리다.
▶맞다. 팀간 승차가 적은 상황에서 나나 우리 팀 모두 값진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